정운찬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보스’ 발언을 꺼냈다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 1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종시 찬반 의견이) 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종시 정국을 꼬이게 한 당사자로 박근혜 전 대표를 지목한 작심 발언이다. 정운찬 총리는 한나라당 친이명박계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힘을 실어주는 인물 중 하나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서 박근혜 독주를 흔들고자 대학교수 정운찬을 국무총리 자리에 앉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충남 공주가 고향인 충청인 출신인데다 해박한 경제지식, 서울대 총장을 지낸 지적인 이미지, 온건 중도 성향의 이미지를 지닌 인물로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아온 인사이다.
▲ 정운찬 국무총리. ⓒ연합뉴스 | ||
정운찬 총리 발언 자체의 문제보다는 최근 세종시를 둘러싼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맞물리면서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치인이 ‘큰 꿈’을 꾸고자 한다면 지역적 기반이나 당 내부의 든든한 정치적 기반, 그것도 아니라면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운찬 총리는 고향인 충청권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는 변변한 기반이 없다. 게다가 시대정신을 선도할 정치력은커녕 빈곤한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종시 정국’이라는 링에 올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카운터펀치를 뻗었으나 상대는 물론 주변인들에게 소나기 펀치를 얻어맞는 형국이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심지어 보수신문까지 정 총리의 사려 깊지 못한 ‘말 전쟁’에 일침을 놓았다.
청주 흥덕을이 지역구인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발언과 관련해 “정운찬 총리의 지적 능력이 그 정도를 분별하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곡학아세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위한 억지춘향 같다. 정 총리가 갑자기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전 한나라당 사무부총장도 개인 성명에서 “‘세종시 수정의 총대’를 대가로 ‘자리’를 챙긴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런 분들이 어떻게 ‘보스의 뜻에 맹종’ 운운할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적반하장의 진수라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총리’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이명박 정부 아킬레스건인 세종시 문제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잦은 실언과 빈곤한 정치력 때문에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공직자라면 ‘해야 할 말’과 ‘해선 안 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그걸 분별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공직에 나설 생각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2월2일자 4면. | ||
▲ 한겨레 1월23일자 6면. | ||
‘좌충우돌’ 동네 북 신세가 돼 버린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의 선봉에 서 있지만, 친이명박계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정치권에서는 우군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서는 동아일보 정도가 정운찬 총리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5일자 30면 <가드 콤플렉스>라는 영상뉴스팀장 칼럼에서 “저마다 자기가 옳다며 다른 의견은 들으려 하지조차 않는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며 “여러모로 부친을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그가 ‘나 아니면 안된다’는, 박정희 식 가드 콤플렉스만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문제의 본질로 지목하며 정운찬 총리 주장을 측면 지원했지만, 정운찬 총리가 ‘동네 북’ 신세를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5일 당 5역 회의에서 “국무총리나 그 주변 인물들은 원래 세종시에 대해 스스로의 개념이나 신념이 없던 사람들로, 자리를 맡으면서부터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회창 총재는 “여 내부는 물론이고 여야 관계, 국민 상호간, 지역 상호간 말할 수 없는 갈등과 대립을 극심하게 초래한 상황에서 더욱 이것을 부채질하는 국무총리는 총리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뉴스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수 김범수 라디오에서 성범죄자 인증? 이게 방송에할소리인가요? (0) | 2010.03.15 |
---|---|
美 법원, 13세 소녀 성폭행범 430년 징역 `단죄` (0) | 2010.02.25 |
뇌물에 도둑질까지…탈 많은 '의원 참모' (0) | 2010.02.05 |
北 주민들, 화폐개혁 이후 체제 불만 고조 (0) | 2010.02.03 |
미혼모 아기출산후 창밖으로 아기던져 살해, 아기입밀봉 (0) | 2010.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