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故 한 준위 소위 특진시키려다 유족에 망신 이라는 기사때문에 여기저기 웹 서핑을 하다 보니 의외로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들 모르고 입대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준위가 소위로 1계급 특진하면 좋은거 아닌가??
소위가 원사한태 반 말 하나요?
주임원사 소위가 자네가 주임원사 인가??? 이게 왜 웃기죠?
신참 소위가 부대의 상사나 원사에게 경례를 요구한다든지, 명령을 하려든다든지 하는 게 왜 잘못인지 모르더란 말이지..
그래서, 간단하게 그에 대한 풀이를 해 줄려는 의도에서 여기에 짤막하게 몇자 써 갈긴다.
우선 서류 상의 계급으로만 보면 분명히 소위가 부사관 보다 위인 게 맞다.
뿐만 아니라 얼마 전에 나왔던 고 한준위도 계급 상으로는 소위보다 한 단계 아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 부대에서 준위나 중사 이상 원사 이하 계급들에게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분명 계급 상으로는 위인 게 맞는데, 함부로 하지는 못한다니..
지금 생각을 해보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지 실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군..
정작 이런 말을 하는 나 또한 처음 입대해서 자대배치 받았을 때 늙은 사람은 상사인데 반해 어떤 젊은사람이 중위를 달고 있는 걸 보고 '저 사람 엄청나게 천재에다 엘리트 출신인가 보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중위까지 달다니..ㄷㄷ' 하면서 감탄했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말이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계급서열의 수직적 관계를 떠나 또 다른 계층으로 인식되는 수평적 관계가 되기 때문이라 말 할 수 있다.
즉, 부사관은 사관의 아래이기 때문에 부사관이 아니라 사관과 또 다른 서열집단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말이다.
원래 명칭이 '하사관' 이었지만, 단순히 사관의 아래라고 하기엔 부적절하다 하여 90년대 말경 '부사관'으로 명칭이 바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준사관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한 부대에 장교단 따로 있고, 부사관단 따로 있고, 준사관(단) 따로 있으며, 이 들은 왠만해선 서로 간섭하거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게 왜 그런고 하니..
장교들은 임기라는 게 있다.
대략 3~5년의 임기를 마치면 해당 부대를 떠나 타 부대로 전출간다.
같은 지역에서 돌고 돌수도 있지만, 대부분 전방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후방으로 내려가고 후방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전방으로 내려가는 식으로 골고루 옮겨 다닌다.
아마도 어떠한 지역적 조건에서도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책인 듯 보인다.
아무튼 그렇게 옮겨 다니기 때문에 새 부대에 부임하여 그 부대에서 원활하게 임무수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에 있던 근무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많은 도움을 주는 이 들이 바로 '부사관' 이라는 터줏대감들이다.
이 터줏대감들은 장교들과는 달리 한 부대, 혹은 그 지역에서 전역할 때까지 다른 곳에 가지않고 그대로 뼈를 묻는 경우가 많은 탓에 해당 부대의 속사정에 대해선 빠삭하거나 근무요령에 대해서도 온갖 요령과 편법의 달인지경에 올라있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그 부대 인근의 지역주민들과도 많은 연계가 되어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장교들이 전입하여 그 부대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원활하게 임무수행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이 부사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고, 이를 무시하고 괜히 계급으로 억눌렀다가 부사관이 손 놓아버리면 부대가 정지해 버리니까 함부로 대하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마치 어떤 가정에 부부싸움이 일어나서 주부파업을 단행한 결과 가정생활이 파토나 버리는 것과 같은 양상이 되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몇년 있으면 떠날 장교들이 그 몇년동안 부사관과 타협하지 못해 자신의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도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것이고 하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를 우대해 줘가면서 힘을 합쳐 부대를 운영해 가려고 하는 것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감히 부사관들의 심기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은 거다..
그럼 처음부터 장교와 부사관을 수평적 관계로 만들어 놓지 왜 수직적 관계로 만들어 놓고 이처럼 혼동을 일으키게 해놨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텐데, 다들 알다시피 군대는 전쟁을 수행하는 집단이다.
때문에 모든 체제와 체계가 전시상황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시가 아닌 평시다.
평시에는 전쟁수행보다는 부대의 유지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법이다.
때문에 전시 실정에 맞춘 체계를 평시 기준에 맞춰 바꿔 줄 필요가 있는 것이고, 바로 이 때문에 이런 변칙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시가 아닌 지금같은 평시- 아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휴전상태이니 준전시라고 하자 -에 그렇다는 소리이고, 전시가 되면 이 수평적 관계는 원래의 수직적 관계로 복귀한다.
앞서 말한 이유에 의해서 더 이상 부대운영이 주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것을 모르는 어떤 이는 계급질서가 개판이라는 둥..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둥.. 왜 되도않은 융통성을 부리냐는 둥 말하며, 땡깡을 부리곤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런 땡깡은 '왜 자동차 엔진의 톱니바퀴를 아귀가 딱 맞게 맞추지 않고 조금씩 유격을 두느냐?' 며 땡깡 부리는 것과 똑같이 보인다.
그 유격이 있음으로 해서 톱니바퀴가 마모와 파손에서 무사할 수 있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안다면 절대 저런 말은 못할테니 말이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 외에도 장교와 부사관은 전담하고 있는 역활이 다르다느니..부사관 나이가 많아서 우리나라 특유의 장유유서 관습 상 존대를 한다느니..원사는 부사관 안에서 대대장급이기 때문에 그렇다느니 하는 해석이 있는 듯도 하고 그것도 나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관습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위에서 말한 것 같은 실질적인 개념이 더 피부에 와닿기 때문에 장교단에서도 처음 전입해 온 신참장교에게 그렇게 교육을 하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부사관의 역량과 도움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면 나이에 대한 공경은 무시해 버리는 게 바로 요즘 젊은이들이기도 하니까 더 이해가 잘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슬슬 마무리를 짓겠다.
앞으로 막 임관하려는 신임장교들은 이 점을 꼭 명심해라.
장교서열 따로 존재하고, 부사관 서열은 또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해라..
소위는 A 라는 집단의 내부서열 제일 막내이고, 원사는 B 라는 집단의 내부서열 최고 우두머리이니 아예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해라..
준사관도 마찬가지.. 준사관은 A 에도 속하지 않고, B 에도 속하지 않는 열외집단이다..
직접 확인해 본 바는 아니지만, 듣기론 사단장인가 연대장인가의 직속관할이라는 말도 있었고..어쨋든 경력 많은 준사관은 대대장도 함부로 말 못한다..
그러니, 함부로 계급을 내세울 생각하지 말고, 정 내세우고 싶으면 전시 때까지 기다려라..
그래도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겠고 계급을 내세워 땡깡 부리고 싶다면 그리해도 되지만, 대신 그 땐 외부의 그 어떤 도움도 일절 기대해선 안된다.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만 다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그 땐 자신의 계급을 내세워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부사관단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아마도 장교단에서도 부사관단과의 상호협조를 위해 차라리 널 버리는 쪽을 택할 테니까 말이다.
p.s
아..그리고, 간혹 이런 일도 생긴다.
어떤 부대에 근무하던 중사가 새로 임관해 온 소위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며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친하게 지내길 몇년하면 곧 장교는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버리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갔던 그 소위, 중위가 대위를 달고 그 중사가 있는 부대의 중대장으로 부임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중사의 입장에서 보면 핏덩어리 같던 소위가 어느 새 그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 부임해 온 것에 대해 감개무량함을 느끼고, 그 장교는 장교대로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던 신참 소위 때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배려해 주던 중사를 다시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부대의 지휘관된 입장으로써 직접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짬뽕됨을 느끼고.. 근데,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생길 정도로 군이라는 조직은 의외로 좁다.
장교들은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혹은 자신이 직접 겪지는 못했더라도 풍문으로나마 접하곤 하기 때문에 부사관들과의 인연을 한번 보고 말 사람처럼 막 대할 수만은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겠다.
p.s
준위가 장교인가, 부사관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던데, 이 준위의 실체는 '기술전문 부사관' 이다.
그래서, 장교에선 준위시험을 볼 수 없다. 그리고, 사병에서도 준위 시험을 볼 수 없다.
오로지 부사관, 그것도 해당 실무경력 3년 이상의 자격을 갖춘 총 5년-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7년인지 5년인지..;; -이상급 부사관만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이 것도 어디까지나 육군이 그러하고, 해군은 또 다르다더라..해군준위로 만기전역하신 분 말로는 원사를 달아야만 준위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던데..;;)
그렇게 시험을 봐서 합격한 부사관은 기존 서열집단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외전격인 존재로 한단계 격상하게 되는데, 이 것이 바로 '준위' 라는 계급인 것이다.
'장교급 부사관' 이라 할 수 있는 준위의 계급장 외형이 소위 계급에 부사관의 색깔을 담고 있는 건 그런 이유다.
그런데, 그런 베테랑 전문가더러 어리버리 신참 병아리로 격하시키겠다고..? ㅎㅎㅎ
이건 한마디로 30년 경력의 유명 프리랜서에게 정규직으로 채용해줄테니 신입사원으로 들어와라고 말하는 것같은 미친소린데, 세상에 어떤 미친인간이 그걸 받아들이겠냐고..ㅋㅋ
p.s
물론 위와는 반대로 계급을 무시하고 천지도 모르고 까부는 개념없는 부사관의 케이스도 있다.
장교에 막말 주임원사 강제전역 '정당'
윗사람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계급상으로만 봤을 때 장교가 상급자임엔 분명한 이상 그에 맞는 존대를 해줘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무시하고 부사관이 막말했다는 것은 화합과 단결을 위해 '상호존중' 이라는 방식을 확립했던 선임 장교, 부사관들의 노고에 똥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저 정도의 처벌은 지나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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