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나온 영화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스타 크래프트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한 초기에 같이 발 맞춰서 나와 게임과 비슷한 이미지로 이슈가 되었던 영화였던 것 같은데..
말 그대로 프로토스만 안나오고 테란에 해당하는 우주연방과 저그에 해당하는 벌레(버그)들이 나와 벌이는 영화판 스타 크래프트 라고 보면 되겠다.

내용도 상당히 재미있고, 시대적 배경이나 미래과학 기술을 표현한 것도 실감나고, 무엇보다 스케일이 커서 뭔가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종족전쟁 답게 엄청난 수의 벌레들과 그에 맞게 엄청난 수의 연방군이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 게 마치 미래판 반지의 제왕- 당시에는 반지의 제왕이 안나왔던 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을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그만큼 재미와 완성도 면에선 상당히 흡족해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 것이었다.



영화 속의 연방은 시민과 민간인으로 나뉘어져 있고, 시민이 되기위해서는 군복무를 최소 2년간 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간인이라고 해서 별달리 불이익이 주어지진 않지만, 대신 어떠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직 군복무를 마친 시민에게만 국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것..
출산, 교육지원, 정치입문, 투표권리, 독립거주 등등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느낌 상으론 시민이란 울타리 안에서 소속감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반면 민간인은 그 땅에 거주한다 뿐인 외지인과 같은 대우의 차이가 있는 듯 했다.
마치 중세시대의 귀족과 천민, 요즘 사회의 상류층과 하류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처럼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는 자에게만 그 보상으로 권리를 부여해 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어쨋든 간에 현재 벌레와 전쟁 중인 연방이기에 군복무는 필수의무.. 모든 거주인은 이 군복무를 마친 다음에야 비로소 시민이 되어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설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남자든 여자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약하다고 죽어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전투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총을 들고 달릴 체력만 있으면 되는 거다..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군복무의 의무를 이행한 후에는 그 의무에 따른 시민의 권리를 부여받음으로써 자랑스런 시민의 한사람으로 살아가고 참여할 수 있는 정당한 자격을 획득하게 되고, 그 자격에는 편차가 없이 똑같이 적용되게 된다. 남자라고 더 받고 여자라고 덜 받는 것 없이 똑같은 인간이며 시민으로 대우받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이 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진정한 양성평등 국가의 이상향이라 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의 체력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 힘을 최고까지 발휘할 필요도 없고, 최고까지 발휘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체력의 마지노선이 다르다고 하지만,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은 어차피 어느 선까지이며, 그 선은 여성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이다.

다른 예로 남성의 감성은 여성의 감성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선 남성들을 도태시키지 않는다..
왜? 세상이 요구하는 감성의 수치는 여성의 최고치가 아니기 때문이며, 천재들에게나 해당되는 1%보다는 나머지 평범한 99%를 더 원한다는 것..여성보다 부족한 남성들이라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바라기 때문이라는 거다.
즉, 어느 쪽이 더 쉽게 적응하고 덜 적응하느냐, 어느 쪽이 더 편해하고 불편해 하느냐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어느 쪽이 더 적합하고 부적합하느냐나 어느 쪽이 성취자이며 실패자이냐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 이 영화 속 세상의 평등기준인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스타쉽 트루퍼스' 라는 영화를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 속의 세상을 동경한다. 아..물론 벌레와 죽자고 싸워야 하는 상황은 제외하고 말이다..



p.s
우리나라의 씹어먹을 정치꾼들은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닌가 싶다.




ps
마지막에 카르멘이 죽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리코에게 구해진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p.s
영화에 나오는 벌레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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