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디스퓨티드..
제목이 상당히 어려워 뭔 소린가 하고 찾아본 단어의 뜻은 '무적자'..
내용도 소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연출이 더 좋았던 영화다..

예전의 장 클로드 반담의 영화 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죄수들끼리 내기 경기를 펼치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과는 소재는 같을지 몰라도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인생막장의 비슷비슷한 종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진흙탕 개싸움같을 줄 알았던 죄수들의 경기가 의외로 지켜보는 관객들에겐 이 세상에 다시 없을만큼 숭고한 제전처럼 그려지고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랄까..

아니, 아니다..
사실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이, 죄수들의 보스는 올드복싱의 광적인 팬에 불과하며, 그를 제외한 다른 범죄집단의 간부들은 경기를 성사시킴으로써 얻어지는 배당수익을 위한 서로의 목표가 일치했기 때문에 경기가 성사된 것일 뿐인 범죄집단의 유흥거리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또, 그 경기의 선수로 발탁된 바깥 사회의 언디스퓨티드인 '아이스 맨'은 빨리 석방되기 위해, 감옥 안의 언디스퓨티드인 '먼로'도 이제까지 지켜온 자신의 전적과 여동생에게 전해질 파이트 머니를 위해 싸우는 것이지 특별히 그들만의 이유가 있거나 숭고한 목적과도 같은 다른 뜻이 있어 경기를 치루는 것은 아니며, 그 밖에 다른 죄수들 역시 볼거리를 위해서 그렇게 모여들고 환호했던 것일 뿐 딱히 집단의식의 발현이나 사랑과 감동을 위해 몰려든 것은 아니었던 고로, 결국 따지고 보면 여느 깜빵에서나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상황과 배경과 사실에 지나지 않았나 싶다는 거다..
 


헌데,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려지고 있는 모습은 깜빵의 파이터 그 이상의 모습이었다.

서로 치고 받는 모습은 그다지 특별한 게 없었지만, 그만큼 꾸며지지 않은 투박함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너무 약하지 않게, 또 너무 과하지 않게.. 그리고, 화려함보다는 투박함으로 무장한..마치 헤비급 프로복싱 경기를 보면 성큼성큼 다가가서 묵직한 펀치를 쭉 뻗어내는 듯한 그런 실질적인 위력이랄까 기세가 존재했었던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의 배역 또한 둘다 헤비급 프로복싱 선수인 걸로 나오니, 그런 둘의 모습은 마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경기를 연상시켰고, 그래서인지 저게 연기라는 생각보다는 '실제 저 둘은 복싱으로 싸우고 있다' 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막판에 싸웠던 이 중 한 사람은 승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패자가 되어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을 때, 하늘에서 비춰내린 희뿌연 빛.. 그 속에서 오른손을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승자의 모습.. 그리고, 그런 승자를 눈부신 듯 황홀하게 바라보며 감탄해 마지않는 늙은보스의 만족한 얼굴 등은 이게 무슨 깜빵에서 벌어진 내기경기 따위가 아니라 세상의 운명을 걸고 싸운 영웅들의 한판승부인가? 라는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위대해 보이게 만드는 가시효과가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먼로 허친이 무적자임을 선포하노라' 며, 축하를 보내주는 듯하다.


이어서 얼마 후 모든 미련을 버리고 떠났다는 듯이 보스의 사망을 알리는 나레이션이나 마지막 승부 이후 세상만사에 초연한 것인지 모형을 만들면서 이젠 모든 것을 다 이뤘다는 식의 안락함을 즐기는 먼로의 느긋함에선 좀전까지 있었던 격동의 흥분을 어루만져 잔잔하게 가라앉히고 '이로써 세상엔 평화가 찾아왔다. 이 평화를 가져다 준 영웅은 바로 '먼로 허친' 쾅쾅쾅~' 하고 쐐기를 박는 것처럼 결말을 짓는 이러한 연출 하나하나가 전부 이 세상에 한명의 위대한 한명의 투사를 탄생시키기 위해 벌여진 숭고한 제전이었던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나한테 말이다..

뭐..그런 연유로 복싱에 관련된 영화- 2,3편과는 다르게 1편은 복싱영화다-중에선 록키 다음으로 재밌게 본 영화라 할 수 있으며, 만약 웨슬리 스나입스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맛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 봐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p.s
이게 2편, 3편도 있던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2편과 3편은 이런 감동과는 상관없는 순수한 격투액션 영화라는 점을 미리 말해두겠다..
성격으로 따진다면... 그렇지, 언디스퓨티드 1편보다는 위에 언급했던 장 클로드 반담 식의 화려한 격투액션 쪽 영화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될 것이다..
물론 반담보다는 더 잘 싸운고, 더 빠르고, 더 날카로우며, 더 화려한데, 방향이 그쪽방향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 뿐이다..1편과 같은 감동적인 연출은 없다. 격투장면의 볼거리로만 따지자면야 1편보단 훨씬 볼게 많지만, 그렇게 따지자면야 '옹박' 을 당할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 감동보단 볼거리인데, 그 볼거리 마저도 '멋짐'이 사라지고 화려함만이 남은 쭉쩡이 같은 격투영화라는 게 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3편으로 넘어가면 이러한 점은 더 심해진다.
액션 장면에선 속도로 장난치질 않나, 상황설정을 너무 키워버려 오히려 납득하기 어렵게 만들어놨고, 파이터 간에 밸런스도 파괴되어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져 보였다.
그걸 그나마 볼만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유리 보이카'의 격투실력이니 볼 때는 거기에 촛점을 맞추도록 하자.

아무튼 2,3편은 1편과 다르게 리얼함보다는 화려함으로 무장한 영화이고, 무대가 깜빵이고, 똑같이 죄수들끼리 내기경기를 펼치는 건 맞지만 복싱이 아니라 격투기로 싸운다는 차이가 있으며, 때문에 1편에서의 살집좋은 아이스맨이 2편에서는 공중을 붕붕 날 수 있는 날렵한 아이스맨으로 바껴나온다는 정도가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아..그리고, 한가지 재밌는 건 1편의 조연이 2편의 주인공으로.. 2편의 조연이 3편의 주인공이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혹시 3편의 조연이 4편의 주인공이 되서 나오는....?  
 



p.s
찾아보니 언디스퓨티드의 뜻은 따로 있었다.
undisputed

1. 반박의 여지가 없는
2. 모두가 인정하는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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