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 외전

이 이야기는 전편에서 활약하셨던 마신님의 아들..아니, 손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스의 최고위 신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인간세상에서 12고난을 비롯한 모험을 행한 끝에 천계로 올라가 별자리가 된다는 내용처럼 이 태룡전이라는 소설도 마신의 손자인 단유강이 오랜수련 끝에 잠시 휴식차 인간세상으로 나와서는 몇차례 유희를 즐기고 다시 저세상(?)으로 돌아간다는 그런 좀 황당한 설정을 깔고 있는 소설이다.
실로 망상무협을 잇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설정들이다.

그런데, 설정은 그렇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일단 밸런스 파괴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
마치 작가 그 자신이 마신에서 너무 휘둘렀나 하고 반성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정도를 상당히 낮춰놓은 상태다.
예를 들면 에이션트 드래곤과 드래곤 해츨링만큼의 차이가 있다.

또, 별로 거슬리는 게 없어 읽기가 상당히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는 재밌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고, 뭔가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연속적이고 소소한 사건들과 이에서 파생된 또 다른 흐름들이 끊이지 않고 면면히 흐르는게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더랬다.
굳이 그 차이를 비교해 보자면 마신이 극장판이라면 뇌신은 OAV판, 그리고 이 태룡전은 TV판이라고 하면 대충 느낌이 올려나?
하여튼 그렇게 진폭이 좀 덜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대신 쓸데없는 말이나 표현, 묘사는 훨씬 줄었고, 딱딱 필요한 것들로만 지면을 메꾼 것처럼 글의 느낌도 이전보다 훨씬 탱글탱글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아무래도 몇 작품을 내다보니 작가의 필력이 강해진 게 아닌가 싶은 것이 하여튼 전체적으로 표현이 지지부진 늘어나는 것 없이 깔끔했다는 게 다 읽고 난 후의 최종평가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눈에 확 띌 정도의 색깔 화려하고 큰 사건사고들이 없는 관계로 마신이나 뇌신같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먼치킨에 환호하는 독자들에겐 블록버스터와 드라마의 차이만큼이나 큰 그 빈자리가 상당히 크게 와닿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책 역시 전편에 나왔던 마신, 뇌신의 세계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전에 언급되었던 내용들이 하나둘씩 묻어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왠지 반가운 마음과 함께 또 어떤 내용들이 날 반겨줄 것인가 차츰차츰 기대가 되는 걸 감출 수가 없더라..
전편 마신에서 쟁자수로 있다 검왕과 검마의 공동전인이 되어 연일 얻어터지느라 정신없었던 종칠이 주인공 단유강이 아저씨라 부르고, 우내사존에 필적한다는 흑월검마 문노가 바들바들 떨 정도로 무서워 하던 사부이며, 무림맹의 천망단 창설에 가장 중요한 역활을 했던 천망검법의 창시자라는 삼절신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그 야릇한 즐거움..
뇌신에서 금령이 가지고 사라졌고, 마신에서 천기자와 혈마자를 있게 만들었던 '천기혈마록' 이 비치되어 있는 천기비동..
그리고, 마신에서 화중화라 불리며 천하제일미로 불렸던 우문혜와 그녀를 데려기기 위해 다시 한번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전편의 주인공, 마신 단형우님까지...

아무튼 전에 읽었던 궁귀검신에서 을지소문 다음에 손자 을지호로 이어지던 것처럼 이 태룡전도 전편 마신에서 이어지는 마신 후편..아니, 단유강이 마신처럼 군림하기에는 부족하니 마신 2는 좀 그렇고 은하영웅전설 10권 이후 율리안 민츠의 이야기를 다룬 은영전 외전과도 같은 식의 외전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게 이 태룡전이라 보면 되겠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좀 언급해 보자면..일단 처음 시작은 무림맹의 최하 말단조직인 천망단, 그 중 제 75대에 한명의 신입단원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신입단원의 이름은 연백철..
입단 전엔 낭인이었으며, 실력은 이류급에 불과한 성격괄괄한 연백철은 무림맹의 무력집단인 천룡단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워낙 실력이 일천하다보니 제일 하급조직인 천망단에서 부터 차근차근 밟아올라가야 할 판이다.
그런데, 몇일 지내보니 뭔가 이상하다.
하찮은 천망단에 어울리지 않게 단원들의 실력이 굉장한 것이다.
자칭 천기수사라는 철판 제갈무군, 백설영, 좌우쌍검 하후형제.. 그리고, 나려타곤 대주 단유강과 그를 따르는 문노까지 아무리 봐도 대주만 빼놓고는 당장이라도 천룡단에 들어가도 충분한 실력같은데도 불구하고 천망단에 머무르며 대주에게 목을 매는 게 새로 들어온 연백철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게만 보인 것이다...라는 게 도입부의 상황설정이다.
그러면서 주인공 단유강이 현세에 머무르는 동안 유희의 대상으로 뽑은 연백철의 성장과정을 내용의 한 축으로 삼을만큼 비중있게 다룬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그런 연백철이 보기에 한심한 나려타곤 단유강은 미고현 75대 장원의 에이스 침대에 드러누워 니나노하며 안빈낙도의 진리를 추구하던 중 뭔가 심상찮은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당시 상황이 천마신교에서 피에 쩔은 마인 500명이 이탈하여 흑마성교를 세우고 세상을 도탄에 빠뜨리네 어쩌네 하는 소리가 들릴만큼 뒤숭숭한 상황이라 이에 무림맹에서도 꽤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단유강은 자신의 위치가 가족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원천봉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마을에 침투한 마인들 몇을 잡아 족친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천면색귀와 소검문의 진법사건, 음혼사귀 등등 몇놈을 처리하다 보니 안 그래도 뒤숭숭한 시기에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이 미고현에서 연속으로 터지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제갈미미, 사마자혜 같은 간부급 인사들이 하나둘씩 장원을 찾아와 단유강을 귀찮게 하기 시작한다.

어쩌다가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간 당가에서 천하제일미 담교영을 만나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인과 강시를 보게 된 단유강 일행은 도대체 왜 몇백년동안 잠잠했던 천마신교의 마인들 중 일부가 이렇게 날뛰는지, 또 강시는 어디서 난건지 알아본 결과, 그 뒷배경에 적련이라는 상인연합이 있음을 알게된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단유강은 적련을 부수기로 결정하고 움직이던 중, 막간을 이용해서 깜짝등장해주신 전편의 천하제일미 우문혜가 '형산에 한번 가볼 것' 이라는 미션을 던져주게 되고, 이 미션을 수행하러 현재의 천하제일미 담교영과 함께 형산으로 넘어가다 이 세상엔 없는, 그리고 있어서는 안되는 인간형태의 물고기 괴물과 암흑마귀의 기운에 사로잡힌 금응보의 소보주를 만나게 된다.
금응보로 부터 형산에 뭔가 사악한 기운이 있음을 알게된 단유강과 담교영은 암혈을 이용하여 괴물을 소환하고 있던 정체불명의 조직을 발견하게 되고, 이 들이 강시와 마수를 이용하여 혈세천하 꾀하고 있음을 알게된 단유강은 그 때부터 이 조직의 정체와 남은 암혈의 위치를 파악하고 없애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천검산장과 백검문, 합비상인연합과 성가장, 화룡루의 문제를 해결해주며 적련의 음모를 하나하나 깨부숴나가다 이들 뒤에도 검은배경이 있음을 깨달은 단유강은 아무래도 이 뒷배경과 암혈을 이용하고 강시를 이용하는 뒷배경이 동일한 집단이며, 그 정체는 십중팔구 혈교일 것이라 짐작하게 되고, 자신이 벌려놓은 구멍은 자신이 마무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한개의 암혈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 이 후는 생략..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는 게 책을 읽다보면 세상과 세상의 틈에 주인공의 집이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외할아버지 집과 할아버지 집은 같은 곳에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할아버지의 정체가 단형우라는 사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외할아버지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애매하다.
일단 신선단이라 짐작되는 단환 몇개의 증거들이 몇 도사리고 있는데다, 할아버지인 마신과 같이 차원의 틈에서 살 수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같은 신급이어야 할 것이니 이제까지의 등장인물들 중 그런 존재는 뇌신 화무영 밖에 없는고로, 특별한 방해만 없다면 외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뇌신일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걸리는 것은 시기의 문제이다.
가만히 따져보니 이 뇌신이 활동하던 시기는 태룡전으로 부터 대략 700년전부터 많게는 1천년 정도 전이라 보여지는데, 이 기간동안 설마 자식을 안낳고 산건가 라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이 의심 때문에 진짜 외할아버지가 뇌신일까.. 혹시 뇌신말고 마신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또 다른 마신급이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다른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그런 의문이 들만도 한게 단유강이라는 손자를 보기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 것이다.
어차피 한쪽은 약선이고, 다른한쪽은 인간자체가 버그니까 얼마나 긴 세월동안 살든 그건 원래 설정이 그러하니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그 긴 세월동안 뇌신의 딸이 결혼을 안하고 있다가 몇백년 후에 마신의 아들을 만나 결혼하고 또 몇백년이나 있다가 단유강을 낳았다고 생각하기엔 그 사이사이의 텀이 너무 길지않나 싶다.
설사 아무리 젊게 보이는 단유강도 실제 나이는 몇백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적다. 문노와의 대화에서 '내가 집을 나오기 전 20년동안 소원이 뭐였는지 알아?' 라고 말하는 걸 보면 말이다.-이라는 가정을 해보더라도 말이다.

흠..잠깐 뻘소릴 했군..
아무튼 결론은 볼만했다..
무엇보다 문장구사력이 매끄러웠던 작품이었던 것 같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소소한 재미도 좋았던 소설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략보다는 전술이 좋았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점수로 따지자면 깎아먹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확 살아난 것도 없는, 기본이 충실한 소설이었으니 한 70점 정도 되지않나 싶다.

다음 번에는 천신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p.s
단유강은 연백철을 보고 흥미를 가졌듯이 중간에 만난 진소화와 노우광을 보고도 흥미를 가진다.
하지만, 결국 이들에 대한 내용은 마지막까지 언급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연백철급.. 그러니까, 무림맹주 급 소재가 언급만 되고 묻혀졌다는 게 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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