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꽤 재밌다..이거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이 순리대로 점점 커져간다는 느낌이어서 일단 자연스럽고, 뒷배경들도 상당히 흥미로워서 금령출몰 이후에는 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여러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흔적들이 제법 보인다는 것이었다.
일단 처음 딱 읽어보니 만선문의 후예가 먼저 떠오르더라..
주인공이 착한 것도 그렇고, 초반에 사부가 선계에 드신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수련을 위해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라는 가르침도 그랬다.. 무엇보다 녹림의 엽광패와 만나서 '어르신이 어쩌고 소협이 어쩌고 헤헤헤' 하는 부분에서 딱 무겁문주가 떠오르고 말이다.
또, 주인공 화무영과 사형 금령, 그리고 은왕과 혈왕의 관계에서는 중국고전영화인 '오독'이 연상되었다.
오독문의 5명의 사형제들.. 서로가 누군지 모르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독종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사형들을 정리하기 위해 오독문을 나선 마지막 6번째 제자..
마치 무영과 금령, 은왕, 혈왕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비유를 하자면, 혈왕은 지네, 은왕은 뱀, 금령은 결국 나쁘지 않으니 도마뱀이나 두꺼비가 될려나..
아, 죽진 않으니 도마뱀이 맞겠군..
물론 세세한 설정은 다르지만, 느낌이 이와 흡사했다는 거다..
그리고, 공의 경계와 월희, 페이트의 세계관처럼 분명 다른 내용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관이 같게하여 흥미를 유발시키는 방법을 크로스오버 라고 하는데, 이 책에도 마신의 세계관이 들어가 있었다.
기억나는 건 2가지인데, 하나는 북해빙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뇌황 당악(당백형 + 강악)이 펼쳤다고 알려진 천뢰..다른 하나는 천기혈마록의 '둘이면서 하나고 하나이면서 둘이다' (마신의 천기자와 혈마자)라는 구절이었다..
시기상으로는 뇌신이 마신보다 몇백년 앞선 걸로 되어 있다.
이 뇌신이란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펴보면..한마디로 말해 '신단공장 공장장' 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거짓말 아니고, 무슨 공장기계 가동하는 것처럼 신단을 막 찍어낸다.
그런데, 그 효과가 장난이 아니다.
마치 드래곤 볼에 나오는 선두만큼 효과가 좋다.
아무리 치명상이라도 먹고 바르면 다 낫는다.
또 그걸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제 아무리 명약이라도 최고 보름을 넘지 않는다. 환골탈태할 정도의 명약을 만든게 그렇고, 그나마도 나중에는 3일 이내로 다 단축시켜 버린다..
그냥 상처치료하거나 내상치료에 사용되는 일반 신선단과 신선고는 만드는데 한순간이면 족하다..
그냥 손에 쥐고 전기 '빠지직' 한번 해주면 바로 완성된다..
게다가 자연의 힘을 따서 그걸로 약효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재료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주위에 잡초고 낙엽이고 막 주워모은다. 그리고, 그걸로 약을 만들면 그게 신선단이 되고 신선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약과다..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화무영은 벼락의 힘을 사용한다..
이 주인공이 벼락을 맞고 죽을똥 살똥했던 어린 시절, 사부의 도움으로 살아났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벼락의 힘을 몸 속에 가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게 된 것인데..
문제는 이 벼락의 힘이라는 게 좀 엄청나다.. 아니, 많이 엄청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벼락맞고 가둘 수 있는 정도- 만약 실제로 가둘 수 있다면 말이지만..-를 훨씬 넘어서서 아예 온몸에 두르고 다닌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프로토스 종족 아칸처럼 말이다..
하이템플러 수준만 돼도 이해해 주겠는데, 아칸이라니..도대체 뭔 벼락을 어떻게 맞았길래 몸에 아주 전기를 두르고 다니냐..;;
그래도, 이건 지난 번에 읽었던 마신에 비하면 훨씬 나은 수준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화무영의 사부님이 우화등선까지 하는 신선이기 때문이다..
신선과 10년을 함께 지냈으니 그가 배우고 익힌 것들도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선술이라 봐야 할테고, 주인공이 어떻게 성장하든 그것에는 그만큼의 당위성이 생긴다. 한마디로 주인공이 배운 것도 일반 무공이 아니라 신선술이라 볼 수 있으니 과정과 결과 사이의 간격이 마신에 비해 훨씬 좁은만큼 이해하고 넘어가기 쉽다는 그런 말이다.
설사 읽다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신선술이니까..' 라며, 쉽게 이해하고 넘길정도로 신선이란 존재는 상식을 초월하는 존재아니겠나...
아무튼 그런 중국아칸(=뇌룡)인 화무영은 어린시절 알고 지냈던 서가장의 서아린과 사부의 유언에 따라 신선단을 만들어 주러 갔다가 발목잡혀 버린 모용혜와 함께 정협맹에 잠시 가입했다가 흑혈단의 희생자들을 구해주게 되고, 그들과 약장사하다 만난 천수독왕 당백형과 당비연과 함께 장원을 구입하여 정착하게 된다.
흑혈단의 피해자 일백명의 대표인 표중산의 조언을 받아들여 신선주를 팔다가 이 술 속에 섞인 뇌기에 이끌려 장원에 쳐들어 온 굉뢰번천장 강악과 만나게 되고, 정협맹의 남궁명의 수작으로 침입해 들어온 녹림왕 엽광패와 그 일당들의 합류로 장원(뇌룡장)은 점점 용담호혈로 변하게 된다.
어느 날, 뇌룡에 의해 죽은 구대흉마의 흔적을 쫓아 화무영의 사형인 금령이 찾아오고, 화무영에게서 사부가 우화등선했음을 전해들은 금령은 은왕과 혈왕에게 이 사실을 말하게 되는데, 사부의 그늘을 두려워 하며 뒤로만 살살 움직이던 은왕과 혈왕은 사부의 죽음을 전해듣자 마자 각자 무림정복과 혈왕단 제조에 착수하게 되고, 이에 회의를 느낀 금령은 오랜 숙고 끝에 무영을 찾아와 뇌룡장에 의탁하게 된다.
십대고수 3명에 알려지지 않은 최강고수 뇌룡과 금령까지 버티고 있는 뇌룡장에 누가 감히 쳐들어올 수 있을까마는 무림정복을 위해 몇십년- 아니, 몇백년일지도..;; -전부터 무림에 검은손길을 드리우고 있던 은왕과 혈왕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고, 결국 무림의 안녕을 위해 화무영과 금령은 천기비록의 주인 구룡신검 벽운학을 끌어들여 무림맹을 세우게 되는데..
뭐..줄거리는 대충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아무튼 꽤 내용이 볼만하다..
특히 금령이 나온 이후부터 뭐랄까 내용이 더욱 끈끈해지고 찰져진다고 할까..한층 감칠 맛이 살아나더라..
사실 그 이전인 중반부 중에 여기저기 여행다니는 부분들은 그다지 재밌게 느껴지지가 않았었는데,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같이 여행다니는 여자들과 이에 휘둘리는 주인공에 대한 답답함이 컸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주인공이 착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마구 부려먹히는면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들이 딱 내가 짜증내 하는 스타일이었다.
쉽게 말해 '러브히나' 같은 스타일..
아주 답답하고, 우유부단하고.. 그런 주인공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따라붙는 개념가출한 여자들.. 딱 보면 제일 속 뒤집어지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대체로 그렇지만 이 뇌신에 나오는 여자들도 주인공에게 뭔가 해줄려는 생각보다는 뭔가를 얻어먹을려는 생각에 가득 차 있다.
꼼짝달싹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밥상을 받아먹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정도야 뭐 밥 얻어먹고 싱크대에 식기 갖다놔 주는 수준 밖에 안되는 거고, 기본적으로 걔들이 밥 차리는 꼬라지를 못봤다고 하면 이해될려나?
'내 애교면 돼'
'내 예쁜 얼굴이면 돼'
'내 사랑하는 마음이면 충분 해'
그러면서 정말 질리지도 않고 받아먹을려고 든다.
마치 어떤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은 다이아 반지인데, 반해 상대에게 주는 것은 자신의 예쁜 미소면 충분하다던 그 참담한 결과가 연상될 정도로 말이다..
뭐..그렇게 따지면야 당백형과 강악도 초반에는 아주 자리깔고 앉아 신선주를 퍼마셔댔으니 똑같은 놈이라 봐야하겠지만, 나중에 뇌룡장에서 딱 자리잡은 이후로는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게 되니 똑같다고 볼 수도 없고, 또, 정협맹, 무림맹, 유가장 같은 놈들은 어차피 적인데다 이용해 먹을려고 한만큼 박살나줬으니 못된 수작에 대한 인과응보를 제대로 받은 거라 볼 수 있지만, 쟤네들은 그게 아니라서 읽는 내내 짜증스러웠는데, 이 모든 게 주인공이 너무 착하고 우유부단해서 생긴 폐단이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한심하기가 그지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오냐오냐 받아줘서 버릇 나빠지게 만들었다는 느낌으로 다가와서 그게 좀 싫었지만, 그것도 잠시.. 앞서 말한 것처럼 금령이 뇌룡장에 들어온 이후에는 뭔가 탄력이 붙은 것 마냥 재미가 확 살기 시작하더란 말이지..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생긴 유일한 짜증은 그런 캐릭터들의 행동묘사에 한한 짜증이었을 뿐,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자체에는 불만이 없다.
오히려 이야기가 가져다 준 재미로만 치면 한 70점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고로, 다음 번에는 태룡전을 읽어볼 생각이다.
원래는 마신에서 너무 실망한 나머지 그걸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으니까..
마신과 비교하면..? 마신보다야 훨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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