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홧홧홧홧"
'어둠을 딛고 찬란히 꽃을 피우리라'
'어차피 디지털 속 아닌가'

이 책은 진짜 판타지 게임소설이다.
투레이센의 누구처럼 게임 속의 스킬을 가지고 판타지 세상을 휩쓸고 다니기 때문이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판타지아 라는 게임을 즐기는 주인공 현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이 사고라는 게 현실세계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것인데, 실제 그의 의식은 게임 속 세상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닌가?
어쩌면 그의 의식이 실체화된 게임 속에 남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게임 속의 존재했던 그가 게임설정과 함께 전혀 새로운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 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보기엔 도대체 어떤 원리에 의해 게임화면과 인터페이스 및 각종 수치들이 눈에 보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처럼 그 경계가 상당히 불분명하고 애매해서 장자의 호접몽처럼 뭐라 딱 잘라말할 수 없는 상황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뭐..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결과로 주인공 현민은 판타지 세상에서 게임 속 캐릭터 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활동하게 되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현민이 판타지 세상으로 넘어가게 된 과정이라 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인지 주인공 그 자신도 이게 판타지 세상인지 게임 속 세상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뭔가 이상하다고는 계속 생각하지만, 몇가지 게임 속 설정과 흔적들이 계속 남아있어 그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것을 방해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1.. 식사를 안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고, 요리를 만들면 버프효과가 적용된다는 점.
2.. 자신의 스테이터스 수치나 경험치 뿐만 아니라, 적을 보면 그 적의 게임설정 상의 레벨까지도 표시된다는 점..;;
3.. 스킬창이 활성화 되어있다는 점.. 예를 들어 호크아이가 안되어 스킬창을 살펴보니 '감'이라는 새로운 스킬이 등록되어 있더라 같은..
4.. 게임 속에 존재하던 소환수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점..
5.. 결정적으로 레벨업을 한다는 점.. 레벨업을 한다는 것은 경험치가 존재하고,경험치가 꽉 찼을 때 레벨업을 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 설정과 법칙이 주인공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주인공은 게임 시스템에 종속된 존재, 디지털 프로그램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비록 그 효과가 마치 성녀가 신성력을 쓰는 것으로 오인되게끔 해놨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혹시나 싶어 돈을 보여줬더니 게임머니와 똑같더라거나, 랭귀지 스킬을 썼더니 대화 뿐만 아니라 신의 언어까지 해석이 가능하더라거나, 게임 상의 소환수인 똥개, 실프, 살라만다, 노움, 운디네를 자유자재로 소환할 수 있다는 사실들 때문에 아무리 로그아웃이 안되고, 운영자 호출- 아..운영자를 호출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 창이 떴었지..참 -도 안되고, 마을에 들어가 보니 유저처럼 보이는 사람은 한사람도 안보일 뿐더러 npc(?)의 수는 엄청나게 많고 또 그들 하나하나의 인공지능도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어 진짜 사람처럼 느껴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더라도 이상하다고만 느낄 뿐, 그 이상의 수준으로는 확대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런 믿음을 더욱 부채질 했던 것이 주인공의 성격이었다.
어떤 성격이냐 하면 예를 들어 언데드 던전이 있다는 소리만 듣고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려나간다든지, 그렇게 달려나가서 하루종일 헤매다 결국 못찾고 드러누워선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든지, 그러고 깨어났더니 이전에는 없던 느낌이 생겼는데 이것에 대해 골치아프다는 이유로 그냥 좋은 게 좋은거지 하고 넘겨버린다든지 하는 식의 좋게 말하면 활기차고 긍정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생각 없는 기분파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주 오랜 기간동안 퀘스트에 충실한다는 생각으로만 판타지 세상을 휩쓸고 다니기만 했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실제상황이라고는 믿으려고 하질 않았던 것이다... 비록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되어 처음에 오우거 산맥에서 아리엔 일행을 구해주고 에스타지의 이스마 공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을 시작으로 언데드 던전의 트로드 일행과 언데드 소환수를 만나게 되고, 신성제국으로 부터 성녀후보로 지목되어 신성제국으로 넘어간 다음 제니아 여신의 선택으로 성녀가 되는 것까진 좋았는데, 성지순례랍시고 들른 6개의 성지에서 신성력이란 신성력은 모조리 흡수해 버리고 그 결과 성지의 힘으로 봉인시켜 놓았던 마왕 블리아노를 풀어주게 되질 않나..마왕도 마왕이지만, 그 뒤로 더 어둠을 풀어주고자 음모를 꾸미고 있던 바트리 라는 흑마법사까지.. 상당히 많은 음모와 사건들이 주인공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또, 가장 처음에 주인공이 느꼈던 불안감이 바로 로그아웃을 못한다는 것과, 운영자를 호출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장시간도 아니고 장기간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들이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운영자를 호출할 수 없다면 운영자가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어야겠다는 것과 그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으로 큼직한 시스템의 버그를 찾고 그것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었으며, 또 다른 한편으로 '운영자 = 여신' 일테니 여신의 퀘스트를 쭉 깨고 나가다보면 마지막엔 결국 운영자와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성녀의 임무를 지속해 나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이던 도중, 성지에서 만난 실버나이트가 자신을 가리켜 '비틀림' 이라 칭하는 소릴 듣게되고, 아델 = 레프리아 에게서 비틀림의 정체와 함께 또 다른 비틀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 주인공은 이 비틀림의 정체가 바로 자신과 같은 유저일 거라 판단하고, 최우선적으로 그 유저를 만나기 위해 트로드 용병단을 찾아간다.
이 용병단에서 시아라는 자신과 같은 유저를 만나게 되는데, 이 유저는 자신과는 달리 마법을 제외하면 게임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히 게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고, 그렇게 몇달을 버텨온 끝에 주인공을 만나게 된 상태라 아무리 주인공이 이 것은 게임이라 말하고 그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게임 속의 똥개를 소환하고, 아이템 창을 열어 물건들을 넣고 빼고, 게임 속의 급가속, 초가속 등 게임 속에서 많이 알려졌었던 스킬을 막 써대고, 무엇보다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요리를 해서 실제 그 효과를 체감시키고, 게임 속 아이템 중 유명한 마룡검 토네이도를 보여줘도 전혀 믿지를 못했다.

뭐..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주인공을 만나기 전 몇개월 동안 마법말고는 게임이라 생각될 만한 요소들은 하나도 접해보질 못했고, 또 그렇게나 고생을 해왔다면 그게 그녀에겐 사실이고 진리였을 테니 몇가지 증거만 가지고는 쉽게 바뀌기는 힘들겠지..
게다가 고생을 많이 했다면 그만큼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있을테니 무의식적으로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긴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말로 떼운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게임의 증거를 몇가지나 보여줬는데도 그렇게 철썩같이 못믿는 것은 뭔가 믿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확고한 것이었다.
마치 믿는 순간 이제까지 자신을 지탱해 왔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 시아는 더 이상 말해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랬다. 현민과 자신은 세상을 너무도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옳다. 시아는 그렇게 믿었다. -

그렇게 단단했던 믿음도 마법서를 가져다 줄 때 나온 랭귀지 스킬 때문에 어느 정도는 허물어져 반신반의하는 단계까지 가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다시 단단해져 '역시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야' 라며 철썩같이 못믿는 건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이상한 건 주인공이 아니라 시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작가도 주인공이 이상한 것처럼 적고- 있고, 또 결국 마지막까지 읽고 보면 그 세상이 게임이 실체화 한 세상이 아닌 실제 판타지 세상이었음이 밝혀지기는 하지만..-있던데, 나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만약 나라면 아무리 시아처럼 고생을 했다손 치더라도 주인공이 보여준 몇가지 게임이라는 증거를 보게되면 바로 생각을 바꿔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현실이라고는 절대 인식못할 것 같았다.
그만큼 주인공이 겪고 있는 게임 속의 설정증거들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인공은 시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게임이라는 증거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또, 이와는 반대로 시아에게도 마법을 제외하면 게임이라 할 만한 증거들이 없었기에 둘은 계속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게 되고, 이러한 마찰이 계속되자 점차로 이제까지 믿어왔던 사실들에 의심을 품게되고 그로 인해 상당히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아는 힘든 나날들에서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엿보게 된데 반해, 주인공은 게임이라고 믿고 있다가 난데없이 이곳이 실제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자 엄청난 불안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유는 바로 npc라 생각하고 무차별 대량 살상을 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다.
이제까진 게임 속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날려댔던 그 들이 사실은 진짜 사람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었고, 주인공의 정신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만 갔다. 
그대로 더 진행되었다면 정신이 붕괴되거나 자폐증에 걸려 안에 갇혔을 지도 모를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마수의 알에 피를 먹이는 과정에서 오는 판타지스러움이 주인공의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고, 마지막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도록 막아주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과 시아가 원래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여신을 찾아야 답이 나올 거라는 결론에 도달한 주인공은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여신의 행적을 쫓고 세상 곳곳에 발현하고 있는 마왕과 마족의 계획을 분쇄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여행을 계속 해나가게 된다.



다 보고 나서 몇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우선 첫째..그 '시아' 라는 여성유저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주인공과 다를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주인공 현민과는 다르게 사고로 혼수상태가 되었다는 소리도 없었고, 또 처음부터 스킬같은 게임의 설정또한 없었으니 주인공과 같이 게임 속의 캐릭터가 넘어온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녀는 캐릭터가 아닌 실제 유저의 몸으로 넘어 왔다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넘어올 수 있었으며, 왜 넘어오게 된 것일까?
또, 유저이자 실제 사람의 몸으로 넘어온 그녀가 보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의 몸은 실제 몸인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가상 이미지 몸인가?;;
만약 그 녀가 보고 있는 주인공의 몸이 가상 이미지의 몸이고, 주인공 또한 캐릭터의 존재라면 그걸 눈으로 볼 수 있고, 접할 수도 있는 시아의 몸은 실제 몸인가 아니면 주인공과 같은 가상 몸인가? ..
.. 등등의 궁금증이 생겼다.

둘째.. 판타지 세상은 게임 속 세상인가? 아니면 게임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차원에 실존하는 세상인가?
제일 처음 주인공이 마을에 도착해서 유저가 한명도 없고, 모든 것이 현실같고 해서 카일에게 게임머니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이 때 카일은 그것에 이상함을 표하지 않았었다.
이 말은 그 판타지 세상의 돈도 게임머니와 똑같다는 소리가 되며, 이 때문에 나는 판타지 세상이 실제 존재하는 세상이 아닌 게임 속 세상이라고 생각했었었다.
그런데, 진행하면 할수록 드러난 정황은 판타지 세상은 게임 속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만약 게임 속 세상이라면 태초의 어둠을 게임세상 속으로 보내버린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속 세상이 아니라고 하기엔 또 게임스킬과 게임설정들이 걸린다.
너무나 실감나는 npc(?)들 때문에 '설마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상태창, 아이템 창, 스킬사용, 레벨업, 소환수 소환 때문에 도저히 게임이 아니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 랭귀지 스킬로 제니아 여신의 글까지 해석하는 부분에선 그 게임을 어느 프로그래머가 만든 건진 몰라도 대단하다는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신언까지 해석할 수 있는 스킬이라니..젠장..ㅋㅋ

셋째.. 애초에 태초의 어둠을 완벽하게 몰아내기 위해 제니아 여신이 카이어 캐릭터를 판타지 세상으로 불러온 것이라는 건 이해했다. 그리고, 되돌아 가기 위해서는 반대로 비틀어야 한다는 것도, 또 반대로 비틀기 위해서는 처음에 불러왔던 여신의 힘과 반대되는 힘인 어둠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도 알겠다.  
뿐만 아니라, 그 전까지 어둠의 힘이라면 마족과 마왕도 있었지만 태초의 어둠을 봉인하기 위해 카이어를 불러온 것이니 만큼 마지막까지 그 사실을 숨겼다가 어둠과 싸울 때 그 사실을 알려준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해가 안되는 건 제니아 여신이 카이어를 불러 올 때를 생각해 본다면 되돌아 갈 때도 카이어만 돌아가야 되는 게 정상 아닌가? 하는거다.
올 때는 혼자 올 수 있었지만, 갈 때는 혼자 못 간다라고 가정한다면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태초의 어둠을 카이어와 함께 보내버릴 거냐라는 방법적인 문제가 남는다..
좀 융통성 있게 생각해서 올 때와는 다르게 갈 때는 그 원동력이 되는 힘까지 같이 넘어가게 할 수 있다고 쳐도 그 태초의 어둠이 지가 넘어갈 생각이 없다고 한다면 무슨 수로 그 놈까지 넘어가게 만들거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 것도 '넘어갈 땐 무조건 원동력이 되는 힘까지 끌고 가게 되어있다' 라고 융통성 있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아무튼 이런 몇가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들이 보여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것들을 살펴보면 우선 첫째..주인공의 심리변화가 잘 묘사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게임이라는 증거는 명백하고 게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들은 의심에 불과하니 왠만한 것들은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는 게 지극히 당연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의 긍정적인 성격도 이를 부채질하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치부하기엔 npc들이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트로드 일행을 떠나보낼 땐 그 아쉬움과 설레임때문에 한동안 고민할 정도였으며, 이런 점들이 그의 행동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 영향이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불안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무리 불러도 호출되지 않는 운영자, 그리고, 조금씩 변해가고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게임의 인터페이스 설정들.. 무엇보다 오래도록 음식을 안먹고 있는 캡슐 속의 실제 몸 때문에 혹시 자신이 이미 죽어 정신만 게임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까지 하게되고, 그러다 결국 이 곳이 게임 속이 아니라 실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부턴 불안해 하고, 우울해 한다.
이런 식의 믿음과 의심, 실상과 가상 사이에서 우왕좌왕, 혼란을 겪고있는 주인공의 심리가 상당히 밸런스 있게 잘 그려져 있었다

다음 두번째로 주위에서 서포트 하고 있는 소환수들의 캐릭터를 재밌게 잘 그려놓았다는 것이다.
상당히 감칠맛 난다고 해야 할까, 주인공의 거칠 것 없는 행동을 더욱 부추기고 바람잡아주는 역활을 한다고 해야할까 .. 그런 감초역활을 톡톡히 하고 재밌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소환수들이었다.

돼지머리의 실프나, 구토하는 운디네, 귀여운 토끼 살라만다에 덩치 우람한 노움들의 이미지도 물론 재밌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언데드 던전에서 얻은 마나통, 뼈다귀, 검뎅이라는 존재들이다.
주인공의 레벨업 시 생성되는 빛무리에 휩싸여 신성력을 얻은 주제에 성녀보다 더 강한 신성력을 자랑하는 전직 교황급 언데드 '뼈다귀', 좀 무뚝뚝하고 말이 별로 없어 상대적으로 뒷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데스나이트라는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지휘관 급 암흑기사 '검뎅이', 엄청난 마나양과 8서클의 마법실력에 박식하기까지 하여 조언자로써의 역활도 담당하는 '마나통'..
그 중에서도 특히 마나통은 완전 수다쟁이에다 성격이 이방 스타일이라 잠시도 쉬지않고 떠벌리는 데다, '마나통' 이라는 이름답게 마나포션 역활까지 수행하기 때문에 거의 매전투 장면마다 등장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알리는 존재였다..

마지막 세번째로 극적인 장면을 잘 연출하는 듯 했다.
무수히 많은 언데드 무리 속에서 검화를 피우는 장면이라든지, 10시간 이상되는 긴 시간동안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다 보니 검의 흐름이 직선에서 회전, 회전에서 곡선으로 변하는 과정이라든지, 그렇게 된 결과 검에 바람이 깃들게 된다든지, 그렇게 뭔가 한방 터뜨리고 나면 항상 가만히 서서 폼을 재고 서 있는다든지 하는 식의 상황들은 상당히 극적인 묘사가 많았다.

특히 막판에 전직 음모의 여신 제니아에 의해 원래대로 비트는 방법을 듣고 또 원래 온 곳이 게임 속에서 왔었으니, 다시 돌아가도 게임 속일 뿐이라는 소리에 크게 웃으며 '다들 잘 있어. 그 동안 즐거웠다'며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순간 태초의 어둠과 함께 사라지는 장면이라든지, 에필로그의 성마족과 언데드 소환수 3인조가 주인공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장면을 잊지않고 넣어줌으로써 뭔가 아쉬움 남지않게끔 제대로 마무리를 해준 듯한 느낌도 들어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의 질을 높여주는 주요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 했다.


이렇듯 다 괜찮았는데, 딱 한가지.. 아주 사소하게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하나 있어 언급해 보겠다..
뭐냐하면 바로 '시아' 라는 캐릭터가 노이, 포드와 함께 용병단에 가입했다가 주인공과 만난 이후 너무 확 돌아섰다는 게 좀 마음에 안들었다.
뭐랄까.. 좀 나쁘게 말하면 전형적인 염치없는 캐릭터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임이라고 믿었던 주인공에게 실제라고 말해놓고 그 때문에 고민하고 부담스러워하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염장을 질러대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같은 유저였던 카이어를 만나고 부터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해도 이제까지 자신이 오고가도 못하던 힘든 시기에 곁을 지켜준 포드와 노이에게 '이제 니들의 역활은 끝났다'는 식으로 대한다는 것도 그렇고.. 하여튼 딱 보면 헬렐레 하는 남자들을 이용해 먹거나 무신경하게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고나 할까,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 말처럼 뭔가의 기준이나 개념이 없이 행동하는 듯한 그런 나쁜여자들의 못된 습성이 아주 대놓고는 아니지만, 살짝 엿보였다는 게 좀 거슬렸다.

이 점을 작가도 지적하는 듯 했다.

- 그건 틀림없다. 꽤 둔한 자신도 알아차릴 정도인데,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현민이 나타나자마자 시아의 태도가 변해버렸다. -

이건 즉, 작가의 개념이 투영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이나 앞으로의 진행을 위해 인위적으로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뜻이고, 이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는 심리묘사나 사소한 것도 한번씩 짚고 넘어가는 작가의 섬세함에 감탄하면서 안심하고 넘겨 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해타산만 따지는 이기주의를 싫어하는 내 입장에선 저 부분이 조금 걸린다면 걸리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시아라는 유저가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그 세상을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그때까지 npc와 얼마나 잘 지냈든 간에 유저 현민에 비할 바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아는 현민- 현민은 npc도 나중에는 사람처럼 인식할 정도였지만.. -과는 다르게 분명 저 곳을 실제세상이라고 생각했었고, 그 곳 사람들도 실제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며, 노이와 포드는 그런 사람들 중 자신을 그 때까지 지키고 보살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사람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싹 무시해 버렸으니, 어찌 좋게 보일 수 있으랴.. 그 참담한 인간성이 괘씸하게 느껴져 헬파이어 세네방 정도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었다.

뭐..저거 하나만 빼면 딱히 거슬리거나 하는 건 없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성격이 무난하고 터무니 없이 긍정적이고 허풍 떤다고 해야하나 허세 부리는 듯한 느낌도 없잖아 있어 약간은 붕 뜬 느낌으로 가볍게 볼 수 있었고 말이다..

음..결론적으로 말하면.. 흠..100점 만점 중에 한 70점 정도..?
권수도 많이 안되니 뒷끝 꿀꿀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괜찮은 소설이라 생각된다.





p.s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짚고 넘어가는 게 오밀조밀하고 짜임새 있게 느껴져 허술하다는 느낌이 적었던 것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일단 기본적으로 의심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의심해 본다는 그런 것들..?
물론 문제는 그 의심을 끝까지 지속시키거나 확인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마을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돈까지 다른 건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고 카일에게 게임머니를 꺼내 보여주기까지 했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그 판타지 세상의 정체가 게임 속 세상이 실체화된 것인지 돈까지 똑같다는 것.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겟지만, 재수좋게(?) 테스트 지역으로 넘어왔으니 플레이 해볼 곳은 다 플레이 해보고 가겠다는 생각이나 병사들과 마법사까지 모은 크로이트 일당들때문에 포기할려는 아리엔 일행의 말을 듣고 '어떻게 얻은 퀘스트인데 절대 포기못한다' 며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싸우는 것등이 참으로 그럴 듯 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그 이유 자체에는 헛점이 없어보였다.. 
자신이 npc라고 생각한 적들을 베어버리고 나서의 모습들이 너무 적나라하여 npc라고는 생각하면서도 다음부턴 좀더 깔끔하게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건 성격도 모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그러면서 카일과 지클로의 대화에서 '인간을 동족으로 보지 않는다' 라는 대사로 유저와 npc 입장의 다름을 언급하고 넘어갔다는 점에선 작가가 상당히 빈틈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레벨업을 한 주인공을 보고 팔라딘 아펫이 무릅을 꿇으며 '성녀..시여' 라고 할려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말았다는 부분도 꽤 좋게 느껴졌다.. 그냥 허투루 넘겨도 될 것 같은 부분도 한번씩 꼭 짚고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녀라고 믿고 성녀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그럴 듯 하게 보였다.
확실히 주인공의 입장이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웃길 지 몰라도 레벨업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눈으로 지켜본 성기사들의 입장에선 그 어떤 이유보다 더 확실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레벨업과 동시에 퍼져나온 성스러운 빛과 느낌..그리고, 그 빛무리에 감싸여 산산히 흩어져버린 언데드들.. 아무리 성녀가 남자라거나 성격이 무대뽀에 무식함이 철철넘친다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약속하기엔 너무도 충분해 보이는 이유가 아닌가? 막말로 그 보다 훨씬 못한 사기에도 사이비 교주를 보고 신이시여를 외치는 판국인데, 저 정도는 오히려 차고도 넘칠 지경이리라.. 성기사들이 주인공을 성녀라고 생각하는 데 대한 이유로 또 다른 부연설명을 이것저것 집어넣었었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지도 모르는데, 깔끔하게 끝내줘서 오히려 신뢰감이 증폭되었다고나 할까..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간단하게나마 이런 사소한 부분들까지 짚고 넘어갔다는 점들이 왠지 빈틈없어 보여 이 작가에 대한 호감도를 증가시켜 주었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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