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1/h2011012211081421950.htm
나이트 꽃뱀 "조심"
"단둘이 한잔 하자" 유인… 술집 주인과 짜고 바가지
계산 100만원 넘기 예사…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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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30ㆍ가명)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여성과 합석하게 됐다. 여성은 김씨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잘생겼다" "유머가 있다"는 등의 칭찬을 계속하면서 "남자친구가 없다" "혼자 산다"는 말로 유혹하기도 했다.

그러길 30분, 김씨에게 여성은 "시끄러우니 자신의 집 근처의 술집에 가서 단둘이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응한 김씨가 여성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평범한 바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양주를 주문했다.

이내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김씨와 여성은 양주 2병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그리고 바를 나서기 위해 계산대 앞에선 김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계산서에 적힌 가격이 무려 140만원이었던 것.

메뉴판을 확인한 김씨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양주 한 병 값이 무려 58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마른 안주 10만원, 낚지 소면 11만원 스테이크 16만원 등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맥주 한 캔의 가격도 2만5,000원이나 됐다.결국 김씨는 전액을 지불하고서야 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여성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졌고 김씨는 그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른바 '바 알바' '나이트 꽃뱀'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이들은 남성을 유인, 바에서 돈을 물 쓰게 한 뒤 그 중 일부를 챙기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과 접촉을 위해 지난 15일 김씨가 방문했던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조금은 이른 시간인 오후 8시, 나이트클럽은 개장준비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수소문 끝에 나이트 알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웨이터 박준호(26ㆍ가명)씨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박씨는 바 알바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손님을 채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아는 알바가 몇 명 있다"며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에게 알바가 등장하면 귀띔해달라고 당부한 뒤 일찍부터 자리를 틀고 기다렸다. 오후 9시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고 10시에는 클럽 내부가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박씨에 따르면 알바들의 '출근 시간'은 대개 11시쯤. 어느 정도 술에 취해 있어야 손쉽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후 10시30분. 박씨로부터 신호가 왔다. 그리고 그의 도움으로 바 알바로 알려진 여성과 합석할 수 있었다. 자신을 '27살의 보석세공사'라고 밝힌 신소미(가명)씨는 생각과 다르게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40여분 남짓한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김씨가 당한 수법과 같았다. 자신 집 주변에 있는 바로 술을 마시러 가자는 것. 다른 곳을 제안해 봤지만 그녀는 한사코 한곳만을 고집했다. 그리고 도착한 바, 그녀는 메뉴도 보지 않은 채 양주를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자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 바를 빠져나갔다.

이들은 바 업주와 어떤 관계일까. 종업원과 실랑이 끝에 이곳 업주와 통화를 해볼 수 있었다. 그는 알바들은 업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기들이 알아서 데리고 오는 거예요. 우리 쪽에서도 고마우니까 그냥 수고비조로 얼마씩 건네는 거고, 그러다보니까 자꾸 데려오는 거예요. 나쁜 소문이라도 돌까봐 우리로서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에요."

바 업주의 말이 사실일까. 확인을 위해 신씨에게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최초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녀지만 업주의 주장을 전해 듣자 펄쩍 뛰며 적극 해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업주와 알바는 한통속이다. 업주는 여러명의 '실장'을 데리고 있다. 나이트 웨이터 단란주점 관리자 등 '밤일' 경험이 풍부한 실장은 알바들을 고용?관리한다. 알바들의 나이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수익은 업주 30%, 실장 30%, 알바 40%로 분배하는 게 보통이다.

알바의 노하우까지 털어놨다. 작업 걸 때는 칭찬을 남발, 상대방의 호감을 사야 한다. 바에 도착해서도 성관계를 암시하는 등의 유혹을 계속한다. 상대 남성이 일찍 자리에서 뜨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그녀에 따르면 알바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입에 머금었다 미리 준비해둔 병에 뱉는 식으로 술병을 비워낸다.

이들의 소득은 개인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능력에 따라 일주일에 수백만원을 받아가기도,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는 얘기다. 알바들이 한명에게 '뽑아내는' 돈은 50만원에서 150만원 사이. 행여 발생할 물의를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이 뜯어내지 않는 게 요령이다.

그녀는 또 경찰 단속을 피하는 법도 털어놨다. 방법은 간단하다. 모른다고 잡아떼면 그만인 것. 사실상 증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주나 실장과의 관계가 밝혀질 경우에도 "이왕이면 아는 사람 집에서 팔아주기 위해 왔다"고 둘러대면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참치집, 초밥집 등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영업장만 바뀌었을 뿐 수법은 동일하다. 피해자가 양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업에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내, 입안에 쓴맛이 가시지 않았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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