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60년대 영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다른 3가지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다.
시작은 검은기둥에 의한 인류의 각성에 대해 다뤘고, 중반부는 우주로 진출한 인간들과 검은기둥에 및 컴퓨터에 의한 사고, 마지막엔 검은기둥의 정체와 우주의 신비, 그리고 인간의 잣대로 우주를 재단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경고(?)..
보면 알겠지만, 이 에피소드들은 모두 '검은기둥'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가 연관된 것은 아니고, 검은기둥이라는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각기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보기 편할 것이라 생각된다.
근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왜 제목이 '오딧세이'인지..
그리고, 검은기둥의 정체와 데이빗에게 일어난 윤회의 미스테리와 그런 내용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도 답이 안나와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오딧세이 라는 것은 과거 호머가 지었다는 대서사시 일리아드 오딧세이 중 그 오딧세이를 말하는 것이라면 분명 오딧세이라는 것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지장 오디세우스가 신들의 방해로 10년동안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며 겪었던 모험을 노래한 것인데, 그런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하고 볼 때 분명 검은기둥에 의해 인류가 각성하고 성장한 후 검은기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랄까 그 탐구하는 자세를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낀 바를 영화로 표현했기에 오딧세이라고 지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스페이스 오딧세이 라는 제목처럼 전반부의 인류의 시작은 중, 후반부의 인류의 성장을 더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집어넣은 것일 뿐, 진짜 오딧세이는 목성까지 이동하여 신비를 체험하기까지의 과정만을 일컫는 말일 수도 있겠지..

뭐..이거든 저거든 간에 한가지 크게 와닿는 것은 그렇게 태초의 지구에 영장류가 출현하고 검은기둥이 떨어져 온 이후 생존에만 급급했던 영장류는 인류로 진화하게 되고, 문명을 이루고, 발전을 거듭하여 우주로까지 진출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힘을 받았다고 해서 우주의 신비를 감히 인간의 척도로 잰다거나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주는 은혜를 감사히 받아들여야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함부로 파헤쳐서는 안된다..순리에만 따르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우주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니 그 때를 천천히 기다려라 와 같은 경고와 교훈을 담겨 있는 건 아닐까? 라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를 최고의 SF영화이자 기념비적인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던데, 만약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아라고 한다면 나 또한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최고의 영화냐고 묻는다면.. 글쎄, 딱히 비하할 생각은 아니다만 좀 회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이야기의 난해함, 심각한 주제와 몇몇 영상과 음향의 연출 면에 있어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특히 음악과 효과음으로 등장인물의 대사나 영상 이상의 효과를 주는 능력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뭐랄까? 만화가로 치면 미츠루 아다치의 대사없는 그림과 여백의 효과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하여튼 적절하게 터져나오는 음향은 그 영상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게 아무래도 감독이 뭔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아주 작심하고 음향을 사용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작은 거칠고 메마르게만, 전환기에는 천지가 개벽하듯이, 각성할 땐 한희에 가득 차 신의 축복을 찬양하듯이, 미지의 영역에 들어갈 땐 뒷골부터 슬슬 불안감을 적셔오듯이..그렇게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영상은 참으로 부실했지만, 대신 그 부실한 영상을 최대한 있어보이게 만드는 촬영기법이라고 할까 연출방식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느리게 움직이게 하는 것 같은 거나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돌려놓는 것들..
가만보면 뭐든지 느리게 움직인다.
근데, 그냥 느리기만 한 건 아니고..뭐랄까? 너무나 거대해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서, 그만큼 인류가 이룩해 놓은 결과물들이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더 여유롭고 느리게 표현한 것 같았다.

요즘처럼 실사에 가까운 CG들이 넘쳐나고, 그런 그래픽에 단련된 눈으로 바라봤을 때의 이 영화는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약간은 유치하고 어쩌면 우습기까지한 느낌을 받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와 배경이 우주라는..약간은 비현실적이기도 한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게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보다보면 금새 익숙해질테니 말이다.
실사처럼 만든 사자와 폴리곤 사자처럼 역동적이면서 실물과의 비교로 확 표가 나는 종류라면 몰라도 어차피 실사처럼 만든 우주 정거장이든 3D 폴리곤 티가 팍팍 나는 우주 정거장이든 둘다 공상 속의 산물이긴 마찬가지이니..

하지만, 과거 60년대의 눈, 그러니까 영상미나 내용 상의 재미, 참신함이 부족했던 당시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정말 끝내주는 영화가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긴한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40년전의 평가로만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즉,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영화가 최고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이거나 최고라 말해야만 한다는 식의 강박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겠다는 소리다.
지금까지도 그렇게까지 이 영화를 최고로 꼽아 버린다면 그 이후에 있어왔던 수많은 훌륭한 영화들은 모두 저 영화보다 못하다는 결론 밖엔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다른 영화보다 훨씬 우월하다면야 몇십년이 지났더라도 첫손가락을 꼽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솔직히 난 그 정도로 까진 훌륭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아무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잘 봤다.




p.s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달의 검은기둥을 발견하였고, 목성에서도 탐사선을 보냈으면서 어째서 지구의 검은기둥은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데이빗이 차원의 방에서 다른자신을 볼 때 어떻게 방의 모습을 구현하고 그 속에서 식사도 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있을 수 있었을까? 실제 우주에다가 방을 가져다 놓은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리고, 방처럼 보이는 실제 더러누웠던 곳은 어딜까?
차원의 틈새일까? 아니면 어떤 별의 인공구조물 안일까? 그것도 아니면 설마 진짜 지구의 어떤 방..?
물론 데이빗에겐만 그렇게 보였을 뿐,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건 알겠지만..

게다가 검은기둥은 왜 데이빗을 우주란의 존재로 만든 것일까? 
혹시 데이빗이 아니라 프랭크가 왔었더라도 그를 우주란으로 만들었을라나?

난해하다.
마치 정신병자의 대뇌망상을 정상인이 이해할려고 드는 것과 같은 난해함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일반인이 이해할려고 드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짓이란 느낌이다.
어쩌면 실제론 아무의미 없는 택도없는 이야기와 영상을 연출함으로써 '우주의 신비는 인간의 범주론 해석이 불가능하다' 와 같은 불가해 그 자체를 표현하려 한 걸 가지고, 괜히 후세사람들이 이것저것 의미를 붙여보고 해석해 볼려고 머리 싸맨 건지도 모르지..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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