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60년대 영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서로 다른 3가지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 영화다.
시작은 검은기둥에 의한 인류의 각성에 대해 다뤘고, 중반부는 우주로 진출한 인간들과 검은기둥에 및 컴퓨터에 의한 사고, 마지막엔 검은기둥의 정체와 우주의 신비, 그리고 인간의 잣대로 우주를 재단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경고(?)..
보면 알겠지만, 이 에피소드들은 모두 '검은기둥'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가 연관된 것은 아니고, 검은기둥이라는 같은 공통분모를 가진 각기 다른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보기 편할 것이라 생각된다.
인류의 시작
THE DAWN OF MAN
얼마 전에 화성에 대한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 기사에서 봤던 화성의 풍경사진과 이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지구의 풍경사진은 너무나 흡사하고 닮아 있었다.
척박하고 메마른 대지, 붉게 물든 하늘, 그리고 어둠..
생기없는 동물들..
다큐멘타리에서나 보던 것과 같은 전혀 꾸밈이 없는 냉정한 현실, 하루하루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원숭이가 보이더라..
아니, 오랑우탄인가? 아니면 고릴라..어쩌면 저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인류의 조상일지도 모른다.. 믿기지는 않지만..
아무튼 푸른하늘이 보이고, 빙하기가 막 지난 시기인 듯 여기저기 유수의 흔적들이 보이는 산 기슭에서 영화 '혹성탈출'에서나 봤을 법한 원시영장류들이 희한하게도 돼지들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키우는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같이 어울려서 말라죽어 있는 나무줄기와 잎을 따먹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그 시대의 약자였다.
이길 수 있는 존재라곤 같은 종족의 다른 무리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돼지들 뿐이고, 언제나 표범같은 다른 육식동물들이 덮칠까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고, 혹시라도 덮쳐지면 동료나 가족이 죽임을 당한다 해도 단지 슬퍼하며 도망가는 수 밖엔 다른 도리가 없었다.
밤이 되면 혹시 모를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살아야 했고, 한시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으며, 그렇게 하루하루가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던 당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못 보던 검은 육면체 기둥이 솟아나 있었다.
아니, 땅이 꺼진 걸 보니 하늘에서 떨어진 걸지도 모른다.
하여튼 못 보던 검은기둥이 신기하면서도 두려웠던 그 들은 경계심을 드러냈지만, 한참동안 반응이 없었던 탓에 곧 하나 둘씩 기둥에 모이고 한번씩 만져도 보면서 호기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기둥은 이 세상의 물건이 아니었나 보다.
갑자기 신비로운 음악이 깔리는 걸 보니 말이다.
그 음악은 마치 인세에 다시없을 초자연적인 현상이 이 세상에 출현하였음을 알려주는 듯 했고, 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축하해 주는 듯한 팡파레인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갑자기 원숭이 중 한마리가 각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수십번, 수백번을 만지작 거렸을 것이 분명한 뼈다귀를 들고, 갑자기 이리저리 쳐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곤, 그 효과를 실감이라도 한 것처럼 주위의 뼈를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즉, 도구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도구의 사용이 원시영장류에서 현생인류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위대한 각성이었고,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세상은 그런 그의 각성을 칭송이라도 하려는 듯이 한없이 웅장하고 느리게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각성은 곧 동료들에게도 전해졌고, 이후 다른 무리들과의 싸움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하였으며, 그런 그들은 그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탄생하게 되었다. 더 이상 위험에 떨며 생존에만 급급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며, 그렇게 원시영장류는 현생인류로 진화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주시대의 시작(가제)
어느 새 시간은 흘러 현재가 되었고, 인류는 우주로까지 진출했다.
우주공간은 너무나 검고 깊어 쓸쓸함 마저 감돌 정도다.
이 한없이 쓸쓸한 우주공간에 어디선가 장엄한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진다.
그 음악에 맞춰 이동하다 보면 어느 새 적막하기만 했던 우주공간이 아늑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던 우주공간에도 제법 많은 우주선과 우주 정거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주선들은 모두 하나같이 천천히 돌아가고 또 이동하고 있었다.
우주선도 느리고, 울려퍼지는 음악도 느리다.
그 느림은 마치 실제론 엄청 빠르지만, 우주선의 외형이 너무나도 거대한 탓에 오히려 느리게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의 느림이다. 마치 멀리서 바라보는 거대한 강처럼 말이다.
이 느리게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선을 똑같이 느리면서도 한편으론 장엄하게 들리는 클래식과 함께 구경하고 있노라면, 마치 선택받은 귀족들이 오페라를 들으며 그들만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가져다 준다.
천천히.. 천천히 우주를 노니는 우주선의 모습은 평화롭고 안락한 호화 크루즈 선상여행을 연상시키고, 그런 여행을 즐길 수 있을만큼 현재 인류의 삶은 고귀하고 윤택해졌다..즉, 생존만이 삶의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우주마저 지배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였고, 또 그런 그들의 발전의 결과를 즐기고 만끽하면서 살 수 있을만큼 풍요롭고 여유로워졌다고 말하는 듯 했다.
이처럼 중간과정을 싹둑 짤라먹고 최초의 영장류와 현재의 인류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우주세기를 맞이한 현생인류의 대단함을 알리는 동시에 '그렇게 약했던 인간을 이만큼이나 발전하게 만들 정도로 검은기둥의 힘은 위대하다. 인간의 범주론 감히 잴 수 없다.'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불경스럽게도 인간은 그런 검은기둥을 인간이 발전시킨 과학의 힘으로 재단하기 위해 달 탐사선을 출발시킨다.
물론 모르고 한 행동이지만, 결과적으론 야훼를 재단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성경책을 들이대는 격이었다.
그리고, 그런 주제를 모르는 행위는 곧 바로 창조주의 분노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기둥에 접근했던 달 탐사선의 연구진은 모두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고 만다.
목성탐사 : 18개월 후
JUPITER MISSION : 18 MONTHS LATER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전의 우주는 마치 아무 문제없고, 즐거움과 평화로움만이 가득한 유희적인 성격을 노래했었다면 이번 에피소드부터는 마치 장송곡이라도 연주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애도하는 것처럼 어떤 근심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와 느낌을 화면 가득 채우고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도는 데이빗의 모습에선 뭔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를 가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목적지의 문을 열기위해 일단 무작정 달리고 보는 듯한 막막함이 느껴진다.
목성탐사를 위해 우주비행을 시작한 디스커버리 1호..
장거리 운행 간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의 승무원은 총 6명으로 3명은 목성에 도착한 이후 활동할 수 있게 동면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 2명은 항성 간 운행을 맡은 데이빗와 프랭크이며, 나머지 한명(?)은 컴퓨터 'HAL9000' (이하 할)로 디스커버리 호의 모든 시스템을 자동처리하고 데이빗과 프랭크를 지원하는 중추적인 역활을 맡고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할로부터 발생한다.
목성에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자 할이 각성을 해버린 것이다.
원래부터 감정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것이 정밀한 프로그래밍으로 얻어진 감정처럼 보이는 결과물이었을 뿐이라면, 운행도중 각성으로 할은 실제 인간이 느끼는 그러한 감정과 자존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할의 각성은 이런 사실을 짐작도 못한 데이빗과 프랭크에 의해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통신기의 고장 문제로 본부와 연락해 본 끝에 양쪽의 컴퓨터가 서로 다른 답을 도출했다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그런데, 우주선의 컴퓨터 할은 100% 인간의 실수일 거라 단정하고, 당연히 이 말에 발끈한 데이빗과 프랭크는 기분이 나빠서 '컴퓨터 2대가 서로 답이 틀린데, 니가 잘못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냐?' 며 따진다.
이에 컴퓨터 할도 조곤조곤 '따지지 말고 믿어라. 나는 절대 틀릴 리가 없는 최고의 컴퓨터다' 라고 설명하며, 기분 나빠한다.
이에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기 싫은 데이빗은 알았다고 말하고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이미 서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였고, 이 심상찮은 일은 차후 발생할 문제를 알리는 징조가 되었고, 이후 컴퓨터 할의 모습을 계속 클로우즈 업하여 보여줌으로써 화면 가득 엄습해오는 위화감을 제공한다.
데이빗과 프랭크는 조금 전의 대화로 할의 상태가 뭔가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곤 할이 들을 수 없는 위치에 가서 의견을 나눈다.
만약 할이 고장났다면 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니 유사시 할의 작동을 중지시키자고 말이다.
그런데, 그 들은 너무나 부주의 했다.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할이 그들을 주시할 거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아니, 생각을 했으니 방음이 되는 곳에서 의견을 나눈 것이겠지만, 당연히 생각할 줄 아는 할이 방음이 되는 곳을 찾아들어간 이유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으며, 인간도 읽을 수 있는 독순술을 컴퓨터가 읽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을 생각지 않은 것이다.
열받은 할은 통신시설을 다시 원위치 해놓기 위해 밖으로 나간 프랭크를 우주공간의 미아로 날려버리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데이빗이 나간 사이 동면 중이던 3명의 동면시스템까지 멈춰 버린다.
한편 밖에서 프랭크를 구출했던 데이빗은 다시 우주선으로 들어오기 위해 할에게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할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니 들이 날 정지시킬려고 하니 나도 가만있을 수 있겠냐?' 라며 데이브에게 마지막 안녕을 통보한다.
이에 독한 마음을 먹은 데이빗은 기계손으로 비상문을 열기위해 방해가 되는 프랭크를 버려버린 다음, 기계 손으로 비상문을 열고 들어가 할의 작동을 중지시키기 위해 시스템 코어로 이동한다.
이에 쫄은 할은 여전히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데이브를 달래기 시작하지만, 어차피 프랭크도 버려버릴 정도로 독한 마음을 먹은 데이빗이 할의 설득에 넘어갈 리는 없으니 할의 시스템을 하나 둘 제거하기 시작했고, 제거하면 할수록 할의 목소리는 영면에 들어가는 노인처럼, 늘어난 테이프 처럼 힘없고 느려지고 굵어진 목소리로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데이지라는 노래를 부르며 짧았던 반란을 마감한다.
목성 그리고, 미지의 저편에 JUPITER AND BEYOND THE INFINITE
사진 가운데, 일자로 늘어선 별들 사이에 놓인 하늘색 가로막대처럼 생긴 띠가 차원의 입구였던 것 같다.
시작하자마자 유령계곡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음산한 소리가 뭔가 미지의 영역, 그리고 인간이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되는 영역에 발을 디디고 있음을 경고하는 듯이 울려퍼진다.
아무튼 귀곡성도 무시하고 계속 접근하는 데이브는 자신도 모르게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곳을 지나는 동안
빅뱅 이후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알들이 머나먼 우주를 가로질러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들을 찾아 날아가는 것을 보게된다.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우주선이 난데없는 어떤 방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속 방을 주시하고 있으니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게 빨간 우주복을 입은 한사람이 서있는 게 아닌가? 어라? 근데, 그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것도 머리가 하얗게 새어있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한 상태의 늙은 자신이 말이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하고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던 데이브는 원래 우주선 안에 있던 자신이 어느 샌가 늙어 여기 서있는 바로 이 몸임을 깨닫고 어이없어 하며 방을 조사해 보기위해 한발 한발 발을 내딛다가 옆 방에서 딸그락 거리며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왠 할아버지가 혼자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 노인은 또 누구지?' 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식사를 하던 그 할아버지도 뭔가 인기척을 느낀 것처럼 데이빗이 있는 쪽으로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음을 알고 다시 앉아 하던 식사를 계속 하는데, 알고보니 그 할아버지는 조금 전까지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데이빗이 아닌가?
요컨대, 현재의 데이브가 바라볼 땐 미래의 데이브가 함께 하고 있었지만, 미래의 데이브는 과거의 데이브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미래와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즉, 이 공간은 비록 방의 모습을 하고있긴 하지만, 실제론 드래곤볼의 '시간과 공간의 방' 같이 우주의 신비이자 초차원의 경계와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 다음 단계는 죽음 직전의 자신을 보는 것이겠지' 라는 예상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려던 늙은 데이빗이 있었고, 그 데이빗은 침대에 누워 방 한가운데 검은 기둥을 보고 있었으며, 죽음과 동시에 탄생을 의미하듯이 데이빗은 태아상태로 윤회(전생)하게 되는데, 그 검은 기둥의 정체는 창생과 소멸, 각성과 진화, 윤회와 초월 등을 가능케 하는 힘의 원천인 태초의 어둠(혼돈 chaos), 우주의 의지이자 에너지가 형상화된 모습이었던 것이기에- 아마도;; -그 검은기둥의 힘은 사망과 동시에 태어난 데이빗이란 존재를 인간의 굴레에서 이탈, 초월, 격상시켜 버리게 되고, 그렇게 인간을 초월한 존재인 '우주란'(우주아기)이 되어 지구를 내려다 보는 걸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 라는 게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맞는진 모르겠지만..;;
이 놈이 데이빗..헐;;
근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왜 제목이 '오딧세이'인지..
그리고, 검은기둥의 정체와 데이빗에게 일어난 윤회의 미스테리와 그런 내용이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도 답이 안나와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오딧세이 라는 것은 과거 호머가 지었다는 대서사시 일리아드 오딧세이 중 그 오딧세이를 말하는 것이라면 분명 오딧세이라는 것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했던 지장 오디세우스가 신들의 방해로 10년동안 고향에 도착하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며 겪었던 모험을 노래한 것인데, 그런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하고 볼 때 분명 검은기둥에 의해 인류가 각성하고 성장한 후 검은기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랄까 그 탐구하는 자세를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낀 바를 영화로 표현했기에 오딧세이라고 지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냥 스페이스 오딧세이 라는 제목처럼 전반부의 인류의 시작은 중, 후반부의 인류의 성장을 더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집어넣은 것일 뿐, 진짜 오딧세이는 목성까지 이동하여 신비를 체험하기까지의 과정만을 일컫는 말일 수도 있겠지..
뭐..이거든 저거든 간에 한가지 크게 와닿는 것은 그렇게 태초의 지구에 영장류가 출현하고 검은기둥이 떨어져 온 이후 생존에만 급급했던 영장류는 인류로 진화하게 되고, 문명을 이루고, 발전을 거듭하여 우주로까지 진출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힘을 받았다고 해서 우주의 신비를 감히 인간의 척도로 잰다거나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되며, 어디까지나 주는 은혜를 감사히 받아들여야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듯 함부로 파헤쳐서는 안된다..순리에만 따르면 언젠간 자연스럽게 우주의 신비에 다가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니 그 때를 천천히 기다려라 와 같은 경고와 교훈을 담겨 있는 건 아닐까? 라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를 최고의 SF영화이자 기념비적인 영화로 꼽는 사람이 많던데, 만약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아라고 한다면 나 또한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최고의 영화냐고 묻는다면.. 글쎄, 딱히 비하할 생각은 아니다만 좀 회의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이야기의 난해함, 심각한 주제와 몇몇 영상과 음향의 연출 면에 있어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특히 음악과 효과음으로 등장인물의 대사나 영상 이상의 효과를 주는 능력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뭐랄까? 만화가로 치면 미츠루 아다치의 대사없는 그림과 여백의 효과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하여튼 적절하게 터져나오는 음향은 그 영상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게 아무래도 감독이 뭔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아주 작심하고 음향을 사용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작은 거칠고 메마르게만, 전환기에는 천지가 개벽하듯이, 각성할 땐 한희에 가득 차 신의 축복을 찬양하듯이, 미지의 영역에 들어갈 땐 뒷골부터 슬슬 불안감을 적셔오듯이..그렇게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영상은 참으로 부실했지만, 대신 그 부실한 영상을 최대한 있어보이게 만드는 촬영기법이라고 할까 연출방식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느리게 움직이게 하는 것 같은 거나 무중력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돌려놓는 것들..
가만보면 뭐든지 느리게 움직인다.
근데, 그냥 느리기만 한 건 아니고..뭐랄까? 너무나 거대해서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다시 말해서, 그만큼 인류가 이룩해 놓은 결과물들이 크고 위대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더 여유롭고 느리게 표현한 것 같았다.
요즘처럼 실사에 가까운 CG들이 넘쳐나고, 그런 그래픽에 단련된 눈으로 바라봤을 때의 이 영화는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약간은 유치하고 어쩌면 우습기까지한 느낌을 받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소재와 배경이 우주라는..약간은 비현실적이기도 한 것들이기 때문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게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금 보다보면 금새 익숙해질테니 말이다.
실사처럼 만든 사자와 폴리곤 사자처럼 역동적이면서 실물과의 비교로 확 표가 나는 종류라면 몰라도 어차피 실사처럼 만든 우주 정거장이든 3D 폴리곤 티가 팍팍 나는 우주 정거장이든 둘다 공상 속의 산물이긴 마찬가지이니..
하지만, 과거 60년대의 눈, 그러니까 영상미나 내용 상의 재미, 참신함이 부족했던 당시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정말 끝내주는 영화가 아닐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긴한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40년전의 평가로만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즉,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 영화가 최고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휩싸이거나 최고라 말해야만 한다는 식의 강박증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겠다는 소리다.
지금까지도 그렇게까지 이 영화를 최고로 꼽아 버린다면 그 이후에 있어왔던 수많은 훌륭한 영화들은 모두 저 영화보다 못하다는 결론 밖엔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다른 영화보다 훨씬 우월하다면야 몇십년이 지났더라도 첫손가락을 꼽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솔직히 난 그 정도로 까진 훌륭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아무튼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잘 봤다.
p.s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달의 검은기둥을 발견하였고, 목성에서도 탐사선을 보냈으면서 어째서 지구의 검은기둥은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그리고, 데이빗이 차원의 방에서 다른자신을 볼 때 어떻게 방의 모습을 구현하고 그 속에서 식사도 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있을 수 있었을까? 실제 우주에다가 방을 가져다 놓은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그리고, 방처럼 보이는 실제 더러누웠던 곳은 어딜까?
차원의 틈새일까? 아니면 어떤 별의 인공구조물 안일까? 그것도 아니면 설마 진짜 지구의 어떤 방..?
물론 데이빗에겐만 그렇게 보였을 뿐,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건 알겠지만..
게다가 검은기둥은 왜 데이빗을 우주란의 존재로 만든 것일까?
혹시 데이빗이 아니라 프랭크가 왔었더라도 그를 우주란으로 만들었을라나?
난해하다.
마치 정신병자의 대뇌망상을 정상인이 이해할려고 드는 것과 같은 난해함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일반인이 이해할려고 드는 것과 같은 쓸데없는 짓이란 느낌이다.
어쩌면 실제론 아무의미 없는 택도없는 이야기와 영상을 연출함으로써 '우주의 신비는 인간의 범주론 해석이 불가능하다' 와 같은 불가해 그 자체를 표현하려 한 걸 가지고, 괜히 후세사람들이 이것저것 의미를 붙여보고 해석해 볼려고 머리 싸맨 건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