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다 칸베에, 카타야마 고로베, 시치로지, 규조, 하야시다 헤이하치, 오카모토 카츠시로, 키쿠치요


그 유명하다는 '7인의 사무라이'(이하 7인)를 봤다.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일본영화라 딱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들었던 탓이다.
뭐..전에 언급했 듯이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었고...


이야기는 좋았다.
처음 보지 않았을 땐 7명의 사무라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식으로 전달하고, 나중엔 한 이야기로 통합되거나 하는 식이겠거니 했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렇지 않아 더 좋았다고나 할까?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산적(노부시)들에게 수탈당하는 산골마을에서 장로의 조언을 받아 산적들로부터 마을을 지켜줄 정의감 넘치는 사무라이를 데리러 4명의 마을청년(?)들이 도회지로 내려온다.
하지만, 명예도 없고, 돈도 없는.. 순전히 측은지심과 정의감만으로 죽음을 불사하고 싸워 줄 정신나간 사무라이를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지 몇번 팅기고 나더니 정말로 마을청년의 흐느낌 한방에 내 일처럼에 열심히 도와(?)주는- 솔직히 이건 도와주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자비로운 사무라이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시마다 칸베에(이하 대장)'
길을 가다 인질이 된 아기와 아낙의 곤경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결해주는 대장의 선행을 몸소 지켜 본 산골마을 청년들은 바로 감 잡는다.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타인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댓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해 서슴없이 머리를 삭발하는 결단력과 스님으로 변장하고, 주먹밥으로 범인의 방심을 유도하는 임기응변에..
이 때다 싶을 때 냅다 쳐들어가 범인을 처단하고 아기를 구출해내는 과감한 행동력까지...

아무리 봐도 이 정도로 조건에 맞는 사무라이를 구할 순 없을 것 같았을 터이다.
그래서, 산골마을 청년들은 더 이상 다른 사무라이를 물색하지 않고, '대장'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지켜보고 필이 꽂힌 사람은 이 들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사무라이가 되고 싶어하던 두명의 예비 사무라이들...
파릇파릇한 '오카모토 카츠시로'(이하 카츠)는 훌륭한 사무라이가 되기 위해 길을 나선 신출내기 초짜인데, 우연찮게 진정한(?) 사무라이라 생각되는 '대장'을 보게되자 크게 감동받아 즉석에서 제자로 삼아줄 것을 간청하게 된다.
사무라이 행세를 하고 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달 역시 관심이 가서 가까이 하고 싶어 하지만, 말보단 주먹이.. 머리보단 행동이 앞서는 무식한 인간인지라 하고 싶은 말은 못하고 그냥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시비 비슷한 짓만 하다가 대장의 미소 띈 쿠사리를 먹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아무튼 그 동안 섣불리 말은 못하고 계속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마을청년들도 이런 '카츠' 의 적극적인 행동에 자극받아 '부디 마을과 마을사람들을 노부시로 부터 지켜주십사' 하고 간청하게 되는데..
이게 감정적으로 승낙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닌고로, '대장' 은 현실적으로 판단.. 일단 거절을 했지만, 이어 터져나오는 마을청년들의 흐느낌과 땅꾼들의 설득아닌 설득에 그만 마음이 약해져 결국 밥만 먹고(응?) 도와주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모를까 일단 돕기로 승낙한 이상 철두철미하게 하는 것이 바로 '대장' 스타일인 듯, 마을 방어를 위해선 최소 7명의 사무라이가 필요하다는 계산으로 자신을 포함한 7명의 사무라이를 마저 포섭하고자 직접 계획을 짜고 전면에 나서게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들은 자포자기했을 때 혼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니던 마을청년 '리키치'- ...아니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마을사람 전체 중에서 어떻게든 몸이 부서져라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달리고 싸우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뿐이다. '만조' 는 쓰레기고, '요호헤이'는 착하고 순박하지만, 무능력하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성질나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임..-를 돕고자 하늘은 '대장' 을 만나게 했고, 이를 승낙한 '대장' 이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일을 진행해 나가자 또, 거짓말처럼 나머지 사무라이들이 차례차례로 모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열혈청년 '리키치'와 쓰레기 중년'만조'... 그렇지만, 이 '리키치' 놈도 결국엔 하야시다를 잡아먹는 걸로 한껀 한다..


물론 대장과 카츠를 제외한 나머지 4인의 사무라이들은 마을의 사정보다는 대장의 인물됨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이지만, 어쨋든 간에 그렇게 모인 6인과 지난 밤 홀연히 나타나 꺼지라는 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이상한 '건달형 사무라이 키쿠치요'(이하 키쿠)까지 포함한 총 7명의 사무라이들은 노부시를 격퇴하기 위해 청년들의 산골마을로 향했다.

왠지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같다..아마도 많은 영화나 애니 등에서 베낄 정도로 유명한 장면이리라..


그런데, 마을에 도착한 7인을 산골마을에선 내다보지도 않는다.
환영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켜주러 온 사람'인데, 이게 뭔가? 라는 형편없는 반응에 7인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마을 안에 감춰진 오치뮤샤(패잔병)들의 창과 갑옷 등의 보고 순박하기만 한 줄 알았던 마을사람들이 사실은 노부시나 별 다를 것 없는 족속들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마을사람들에 대한 심한 배신감과 이에 따른 의욕상실로 인해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침체되어 버리지만, 키쿠치요의 울분에 섞인 항변과 본의아닌 신세타령으로 인해 7인은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한번 추스리고, 본격적으로 마을 방비에 힘쓰기 시작한다.


키쿠치요의 말은 농부의 입장에서 본 사무라이에 대한 행태를 비판한 것이지만, 적어도 이 들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6인들은 대인배들이기 때문에 전체 사무라이의 잘못은 곧 자신들의 잘못이라 여기고,
이에 대한 죄값을 치른다는 심정으로 허물어졌던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 바로잡는다...그냥 가지 그랬냐? ㅜ_ㅠ


아무것도 모르고 두려움에 가득차 있는 산골마을 사람들에게 집단전투법을 가르치고, 방책과 죽창 등을 준비하며, 작전을 수립해 약한 마을전력으로도 효율적으로 적을 각개격파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이후 중, 후반부터 벌어지는 노부시와의 전투에서 마을 사람들은 7인의 작전대로 노부시들을 야금야금 꽂감 빼먹듯 빼먹게 되고, 결국 7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마을은 평화로워 진다는 ...그런 내용의 영화이다.




그런 내가 거슬렸던 부분은 바로 이런 감정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런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그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이 뛰어났다는 뜻도 된다.
왜냐하면 노부시가 죽거나 마을사람들이 죽을 땐 아무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죽을 놈이 죽었다 라고 생각하고 내 나름대로 수긍하고 납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영화자체가 훌륭했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였지만, 그 상황자체에 몰입한 탓에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그 쪽의 연기문화가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과도한 오버액션을 너무 남발하는데, 이게 참 내 입맛엔 안맞는 탓에 이제껏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연기력에 감탄해 본적이 전무해기 때문이다.
그런 내 취향으로 볼 때 연기력이나 그 캐릭터성에 감정이입을 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볼 순 있다는 뜻이다._M#]

솔직히 다 보고 난 후 이 글을 적는 지금도 왜 7인을 그렇게 최고의 명작으로 손 꼽는 건진 잘 모르겠다..
뭔가 속에서 슬슬 입질은 오는데, 정확히 그게 무엇인진 잘 모르겠더란 말이지.
난 영화학도들이나 전문적인 영화 평론가들처럼 영화를 분석할 줄 모르니까, 그냥 어떤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가 감동을 주느냐 아니냐..내 가슴을 뛰게 했느냐 아니냐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두리뭉실.. 막연하게 말이다.

이 영화도 그렇다..
평론가들처럼 실밥 뜯듯이 하나하나 뜯어볼 능력은 없지만,그냥 많은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갈 정도였다고 하니깐 '아! 저 영화가 나올 당시엔 저만한 수준의 영화가 없었나 보구나' 하고 막연히 짐작만 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남아있는 느낌이라는 건 있으니, 이 막막한 느낌을 밖으로 끄집어 내고 원인을 밝혀 그 모호한 정체를 파헤쳐 보기 위해 이렇게 두서없이 끄적거려 보긴 했는데, 여전히 난 잘 모르겠다..왜 이 영화가 최고의 영화라는 건지...

아무튼 '7인의 사무라이' ... 기분 꿉꿉하게 잘 봤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유명한 장면일 듯..

앞에는 칼이 꽂힌 무덤 4개와 이를 바라보는 동료 3명..뒤에는 춤추고 노래부르는 짝퉁 노부시들.. 정말 보면 볼 수록 안타깝다..


마을 사람들 중 제일 인상 깊었던 배우.. 어떻게 이렇게나 처량하고 불쌍한 얼굴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지 신기할 정도다..


첫번째 거절한 사무라이..

두번째로 거절한 사무라이..


이 들은 거절한 덕분에 짝퉁 노부시들에게 엮어 공연히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었다.. 어쩌면 이 들이 현명한 건지도..휴~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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