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코믹물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안 웃기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고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나의 감성이 메말라서 그런 것이며, 그건 결코 자랑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훈련을 통해서라도 잘 웃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웃기지가 않는 걸 웃기다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는 것도 한두번이지..

그런데, 헐리우드 배우 중 유일하게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짐 캐리 이다.
물론 이 사람의 모든 출연작이 다 흥행에 성공했거나 수준높은 영화인 건 아니다.
또, 이 사람의 모든 연기가 다 재밌다거나 웃기다거나 하지도 않다.
어찌보면 마스크의 유명세 이후 그 여력에 힘입어 탄탄대로를 걸어왔다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고 그 때문에 덩달아 웃기다고 오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은 속사정 따윈 다 털어내 버리고 봐도 일단 짐캐리의 연기는 신들린 듯하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혼신을 다한다는 느낌이다.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는 데까지 한껏 망가뜨리고 소리칠 수 있는 데까지 마구 소리치며, 마음껏 가슴 속의 뭔가를 터뜨리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생긴 게 흉측하기라도 하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어서 보는 데도 전혀 무리없다.

짐 캐리의 연기도 나로 하여금 웃게 만들어 주진 못하지만, 대신 신기함과 호기심이라는 감정을 유발시켜 주는덴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난 짐 캐리의 몇몇 영화를 보면 비록 마음껏 웃을 수는 없다해도 보고나면 왠지 기분이 가볍다는 느낌과 고체가 되어 있는 내 감성의 경계가 허물어져 마치 태양의 플레어처럼 이리저리 흩날린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 느낌은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나면 굳어져 있던 감성의 고체가 젤리나 머쉬멜로우 같이 말랑말랑하게 변한다는 느낌인데, 이 둘은 굳이 나눠보자면 '가벼움의 차이' 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이 딴데로 샜는데, 아무튼 요즘 세상을 살다보면 너무나 각박하고 긴장의 연속인 일들이 많은데, 이러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감성은 무뎌지고 단단해져서 차마 감성이라 부를 수 없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될 지 모른다.
이럴 때마다 한번씩 주물러 줘서 긴장도 풀어주고 상처가 나면 치료도 해줘야 하는데, 어디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 지도 모를 이 '감성' 이라는 녀석을 찾아서 촉촉하게 적셔줄 수 있겠나?

그럴 때 유일하게 치료라고 -해야할지 예방이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렇게 평상시 억눌러져 있던 '감정의 발산' 이라 생각하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종류별로 틀리게 한번씩 찾아보곤 한다.

오늘은 무거워진 감성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줄 수 있는 영화배우..짐 캐리에 대해 언급해봤다.


01234

짐 캐리 주연의 '마스크'에서 발췌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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