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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농민들은 수매 걱정 하는데, 대통령은 '서민놀이'만

지난 9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기도 구리 수택동 구리시장을 방문하며 어묵을 사 먹었다. 이를 두고 언론은 대통령의 서민 행보라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대통령은 11일에는 강원 홍천군으로 가서 고추를 땄다. 농민들과의 간담회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농사 짓는 사람과 도시 사람 사이의 중간 과정에서 이익이 많이 나는 것 같다"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 좋겠다"고 말했고 한다. 

서민은 어묵을 먹고 사는가?  

지난 10일 양산에서 열린 경상도 농민대회에서는 "대통령이 어묵을 먹으면 서민이냐"고 따지는 농민들이 많았다. "서민인 척하며 오뎅(어묵) 사 먹은 죄"라고 쓰인 펼침막을 붙인 채 쥐 인형을 가둬 경운기에 싣고 거리 행진을 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양산에서 있었던 경상도 농민대회에서 쥐를 가둔채 경운기로 거리 행진을 하고 있는 모습.
ⓒ 배만호
이명박
흔히 길거리 음식으로 대표되는 어묵과 떡볶이, 각종 튀김류 등은 대부분이 노점상들이 판매를 하고 있다. 분식점에도 있지만 노점상에서 먹는 것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3년 서울 시장 시절에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하면서 노점상들을 강제로 철거했다. 그 당시 노점상들은 생존권 보장이 없는 강제 철거에 맞서 12월의 추운 겨울에 노숙 투쟁까지 하였다.

 그 당시에 직접 시장으로 가서 어묵을 먹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나는 대통령의 눈에 띄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으로서 대통령을 믿을 수가 없다. 더구나 2005년 사학법 처리에 반대하여 대통령 자신도 촛불을 들었으면서 2008년 촛불집회를 불법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고추 몇 개 따면 농민을 이해할까?

 

  
고추 따는 대통령. 이 사진을 보며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 청와대홈페이지
이명박

대통령이 풋고추 몇 개 따는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것 때문에 주민들은 다른 일을 제쳐 두고 대통령을 맞이 했다. 연합뉴스 11일자 기사에는 <대통령 첫 방문에 들뜬 홍천 살골>이라는 제목으로 "홍천 벽지를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10여 일 전부터 마을 청소를 하는 한편, 11일에는 주민 300여 명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나와 대통령을 환영했다"라고 소개했다.  

어딘들 대통령이 온다는데 이렇게 준비를 하지 않을 곳은 없다. 하지만 이를 두고 '농촌 일손 돕기' 혹은 '농심 달래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것은 문제다. 고추를 따러 홍천으로 간 전날인 10일에는 전국의 농민들이 수확기를 앞 두고 있는 쌀 때문에 농민대회를 열었던 날이었다. 창고마다 재고가 넘쳐나서 올해는 수매조차 못할 지경이다. 더구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하여 무려 만원 가까이 하락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쌀값대란에 대하여 걱정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다. 단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면 좋겠다"라는 뜬구름 같은 말만 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찬성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나는 '이명박' 이라는 대통령과 그 나라의 국민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는 걸까. 대통령은 국민을 믿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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