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디올 등 최근 최고 30% 값 올려
中·日선 줄줄이 인하… 한국 소비자들만 '봉'
최근 백화점 샤넬 매장을 찾은 김경은(30)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얼마 전까지 400만원대였던 '빈티지 2.55라지' 가방 가격이 539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전 464만원에 비해 75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김씨는 "안 그래도 '샤테크(cha-tech·몇 년 전 구입한 샤넬 가방을 중고로 되팔아도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것)가 유행이라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환율은 내리는데 왜 명품 가격은 자꾸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환율은 내렸지만, 가격은 또 올린다
본지가 최근 조사한 결과 샤넬·에르메스·구찌·디올 등 해외 명품 업체들은 일제히 국내 판매 가격을 올렸다. 디올은 지난달 25일 최대 30%까지, 에르메스는 지난달 15일 상당 품목을 10% 정도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프라다는 이달 1일 20% 정도, 펜디와 루이비통은 조만간 올릴 예정이다. 샤넬과 구찌는 작년 11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4월 기준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이 1774원에서 1614원으로 10% 정도 내렸는데, 오히려 명품 브랜드 값은 20% 정도 오른 것이다. 명품 가격이 한창 상승세를 타던 2008년 4월(1556원)과 비교해도 환율은 3% 정도 상승했는데, 가격은 최고 61%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 일본의 최근 가격 인하 추세와 상반된다. 중국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맞춰 루이비통·구찌·디올 등 인기 상품 가격을 줄줄이 내렸다. 국내에서도 이를 반영하듯 페라가모와 발리 등 일부 브랜드는 가격을 최고 10%까지 내렸다.
하지만 샤넬·구찌 등 명품 업체 관계자들은 "다른 아시아시장과 상관없이 본사가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한국도 그에 맞게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원가 외에 물류비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가격을 인상했다"고 해명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독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것은 명품업계의 '콧대 높이기 싸움'이 한 원인이다.
펜디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들의 웬만한 가방값이 300만원대인데, 펜디도 그 정도 가격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다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가격은 곧 브랜드의 '등급'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것이다. 또 값이 비싸야 희소성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가 더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비싼 게 더 좋고 돋보인다'는 생각에 매달리는 소비자들 책임도 있다. 희소성을 극대화해 고객을 모은다는 명품업체의 상술(商術)에 소비자들이 쉽게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2% 정도만 올렸다"고 공표한 샤넬측은 '빈티지 2.55'같이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은 최고 20%정도 가격을 올렸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명품을 드는 것과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한국인의 동조(同調) 의식이 명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명품업체들의 마케팅 전술에 휘둘리지 말아야 불필요한 가격 거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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