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판타지 소설도 좋아하지만, 무협물도 아주 좋아라 한다.

요즘 들어서는 조금 시들시들 해졌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었는데, 게 중 몇몇 작품들은 정말 감탄사가 나올 정도의 흐름과 묘사를 보여주었었다.
그런 작품들은 일단 손에 들었다 하면 끝을 볼 때까진 절대 중간에 그만둘 수 없게 만들 정도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데, 우연찮게 이런 작품을 접하게 되면 그날은 잠 다 잔 날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렇게 흡입력이 막강한 무협물의 경우 이야기의 흐름과 눈으로 보일 듯한 세밀하고 감칠 맛 나는 묘사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밖에도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뽕갈 정도로 멋진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런 재밌는 작품속에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 베스트 3'를 말하고자 한다.
물론 여기에 소설의 재미는 당연히 기본사항이다..


그동안 본 무협 중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인물은..

1..설봉님의 [사신]에 등장하는 '종리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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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협에도 등장하지 않는 최초의 삼단전을 모두 사용하는 인물..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기를 눈으로 볼 수도 있고, 또 만류귀종이라 해서 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능력도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선천적인 능력이 아닌 상단전과 중단전의 단련을 통한 후천적인 능력이라는 데서 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하단전을 목화토금수의 5행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특징을 부여하고 종국에는 하나로 통합된다는 설정은 다른 무협에서는 보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게 터무니 없다기보다는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만큼 그럴 듯 하다는 거..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과 그릇 속의 물같은 순응력으로 어떠한 역경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으며,  머리회전 또한 빨라서 이야기 초반부터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종리추의 머리싸움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모든 무림인들이 경원시 하던 살수들의 신 '사무령'이 되고자 죽음 속에서 한줄기 활로를 찾아가는 그 과정은 사뭇 경이롭기까지 하다.


2..용대운님의 [독보건곤]에 등장하는 '노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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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년을 내려오는 절대무쌍 불패의 실전무예...무쌍류
그 무쌍류의 대를 잇는 복수의 화신..노독행..
노가 살수문에서 부터 도주하는 가운데 눈을 잃고 뼈가 부러지며, 배마저 갈라지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복수만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주하고야 마는..어찌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인물..

"무쌍류는 불패의 무예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 무예를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라는 말처럼 노독행의 성격과 사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강하다 못해 피에 젖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를 살며시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방립동[동방립]이라는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하는 여인인 [모용추수]와의 사랑이며, 이로 인해 자칫 피만을 추구하는 악마로도 보일 수 있는 노독행도 사실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 멍에를 졌을 뿐,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고독한 피해자였음을 알게 해준다.

마지막에 우리의 주인공 노독행은 친구와 연인의 행복을 위해 다시 극한의 땅인 [북해]로 사라지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3..야설록 & 용대운님의 공저 [태극문]에 등장하는 '조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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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리추가 현명하고 바람같은 인물이고, 노독행은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불꽃같은 인물이라면 조자건은 만물을 포용하는 듯한 부드러우면서도 굳건한 대지와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10년동안 형인 '신주대검협' 조립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친한 친구인'진표'도 뜯어 말리는 허드렛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해 나가는 모습..
어떠한 힘든일이 생기거나 어떠한 배신을 당하더라도 폭주하거나 흥분하지않고 천천히 상황을 풀어나가는 굳건하면서도 온화한 심성..
그러면서도 주위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겐 절대적인 신뢰를 약속하는 주인공 '조자건'

'태극문'의 무공을 완성한다는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는 집중력을 보이면서도 결코 주변상황을 좌시하여 오판하는 일이 없으며, 남들이 뭐라하건 묵묵히 자신의 길에 매진하는 모습은 마치 '군자'와도 같다.
거기에 적들마저도 감화시키는 '조자건'의 능력이란...정말.
특히 마지막에 완성하는 자신만의 무공에 '절대자'의 무공인 심검(무형검)이 깨어지고 이에 감탄한 절대자 '화군악'이 '육합성만조천하' 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는 장면에선 '인자무적'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외에도 단순히 무공만 강한 인물이라면 더 많을테지만, 강하기만 해선 영웅이 될 순 없다.
또, 아무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성격..혹은 모난 성격의 주인공이 특출나게 영웅이 되는 경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힘들 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동안 모든 무협물을 섭렵해 보진 않았으나, 몇 안되는 무협물 중에 영웅이나 최고수가 될 성 싶은 성향의 인물을 꼽는다면 이 들이 최고인 듯 하며, 만약 내 성격을 뜯어 고쳐야 한다면 난 이 세사람의 성격을 본받고 싶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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