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왕무적을 봤다.
이 책의 특징은 뭐랄까? 거칠 것 없는 폭력이 주는 대리만족..?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똑같이 되갚아 주는 그 통쾌함..?

한마디로 박살냈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 정치꾼과 범죄자들을 박살내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해야하는 우리네 답답한 현실과는 달리 권왕이라는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어 그것에 위배되는 악의 종자들은 모조리 쓸어버리는 속 시원한 무협활극이다.
이 권왕에겐 역지사지의 고통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막강한 힘이 있기 때문에 하여튼 나쁜 놈이란 나쁜 놈들은 보이는 족족 피똥 쌀 때까지 타작을 해버리는 통에 읽는 사람들의 십년묵은 체증이 쑤욱~ 하고 내려가게 만들어 주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정의를 지향하고는 있고, 또 그 잣대 또한 크게 흔들리는 것 없이 고정적이긴 하지만, 가끔 가다 어거지를 부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폭력이 필요없거나 있어선 곤란한 부분에서 마저 폭력으로 해결을 볼려는 경향이 있어 그게 좀 거슬렸다.
마치 뭐랄까? 영화로 치면 폭주시민.. 아니 모범시민의 버틀러를 보는 듯한 느낌..?

예를 들면 이런 것들..
교연과 아운의 대화에서 다짜고짜 주먹으로 쳐버린 건 좀 어설펐다는 느낌이다.
이전에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때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명분이 이쪽에 있었었고, 또 처음부터 주먹질로 나간 탓에 원래 그러려니 라는 느낌이 강했었다.
하지만, 교연과의 대화에선 똑같이 말로 응수해놓고 중간에 주먹질을 해버렸기 때문에 마치 말솜씨로는 당할 수 없어 주먹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놓고는 한다는 소리가 상대의 주먹에 이쪽은 주먹으로 답했다는 식의 어거지를 쓰고 있어서 마치 잘못해놓곤 폭력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그런 느낌을 주었었다.
사실 교연쪽에서 잘못이란 아운에게 반 하대했다는 것 말고는 별 다른 게 없었으니, 다짜고짜 주먹으로 맞을 일도 아니었던 것이고, 평상시 아운의 말대로라면 다짜고짜 주먹질 한 아운의 이 행동은 과거 잘잘못을 떠나 힘으로 약자를 누르는 악당에게 매몰찼던 아운의 행동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났었기에 '역시 너도 정의를 외치곤 있지만, 결국 힘 쎈 게 장땡이라는 놈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게 좀 아쉬웠다.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절대 폭력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거나 혹은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다분한 상황에서도 폭력만 사용하면 뭐든지 좋은결과로 이어지는 등의 좀 납득하기 어려운 흐름들도 간간히 엿보였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금룡단에서 금룡단주의 권한으로 단원을 다 죽기 일보직전까지 박살을 내놓는 건 그게 단주의 권한으로 가능하기 때문인데, 그 권한이라는 게 사실 따지고 보면 무림맹에서 내려주는 게 아니겠나는 걸 생각해 볼 때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규칙을 바꾸든지 인사이동을 시켜버리든지 했을 것이라는 거다.
한마디로 싫으면 나가라 이거지...
그런 식으로 조치해 버리면 권왕이 아니라 권왕 할애비가 와도 어쩔 수 없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권왕이 규칙의 맹점을 이용하여 박살내고 있으니, 그 적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과 장로원에서도 교칙을 손봐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러지 않고 벌벌 떨기만 하고 당하기만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행적이야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게 분명하지만, 그걸 아는 놈들이었다면 애초에 나쁜 짓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 볼 때 아운에게 당한 금룡단 하인 70명에 해당하는 가문과 문파, 그리고 아운을 적대시 하는 호연세가와 원의 잔당에 관련된 무수히 많은 집단들이 복수심으로 똘똘뭉쳐 작당을 하면 아운의 힘으로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악이라 규정지어진 자들에겐 너무도 무자비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철저하게 박살을 내고 걸레처럼 너덜너덜하게 만들며 차라리 죽는 게 행복할 정도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통에 이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듯 했다.
쉽게 생각해서 물건 훔쳤다고 사형시키고, 사기쳤다고 사형 시켜버리면 그 죄에 비해 너무 강한 처벌인게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이쪽에 정의가 있기 때문에 통쾌함이란 것도 느껴볼 수 있는 것이지, 만약 그런 정의나 개념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수단만을 따지고 보게 된다면 악당도 이런 악당이 없을 거라 생각될 만큼 자신의 기준에 안 맞는 인간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갈아마셔버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동안 느껴왔던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악종 범죄자들을 위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제 뱃살에 기름기를 더하기 위해 국가와 국민을 골수를 쪽쪽 빨아먹었던 더러운 정치꾼들의 부정부패비리 행각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들을 했었나?
쳐죽이고 싶지 않았나?
때려죽이고 밟아죽이고 갈아마셔버리고 싶지 않았나 말이다.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그들을 쳐죽이고 싶다는 극도의 살의에 휩싸이곤 했었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 권왕 아운의 무자비한 청소는 아주 적정선일 뿐 아니라 오히려 모자란 감도 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권왕 아운에게 처참하게 맞아 뒤지는 것들이 전부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꾼과 범죄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손을 대지 못한 대신 권왕 아운이 대신 그렇게 박살을 내준다고 생각해 보면 그 동안 해소되지 못해 쌓여만 있었던 가슴 속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해소됨을 느낄 수도 있을 거란 소리다.
이렇듯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본 후 시원함과 활극이 더 크게 남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네 가슴 속에 쌓여있었던 응어리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된다.

아무튼 정치판이든 뭐든 해서 악종자들 때문에 그 동안 속이 뒤집어졌던 사람들이라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할만한 가슴 시원한 무협활극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북경 하씨 문중에서 하영운이라는 소년이 어느 날 집을 뛰쳐나온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고대성이라는 소년의 콧뼈를 주저앉혀야 속이 시원하겠다는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책에서는 고집 때문에 그렇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이건 고집과는 상관없는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만, 별달리 중요한 것은 아니고, 또 저자가 그렇다고 하니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그렇게 뛰쳐나가서 뒷골목을 휘업자고 다닌 지 몇년 후 모대건이라는 중년인이 찾아와 하영운(이하 아운)의 패거리들 목숨을 담보로 아운을 잡아간다.
도착한 곳에서 한 소녀의 실전 및 살인 타겟으로 쓰이다가 한방 먹이고 도망친 곳에서 3명의 죽은 시신을 만나게 된다.
그들의 정체는 각각 칠초무적자와 불괴음자, 천각비응각..
이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남겨져 있던 무공을 습득한 아운은 6년 후 그 밀실을 빠져나와 낭인촌으로 향한다.

낭인촌으로 향한 이유는 스승들의 당부를 이행하기 위해서인데, 삼사부와 일사부의 당부는 당장엔 이루기 힘들었지만, 이사부의 당부이자 암혼살문의 의무인 살행은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었던 관계로 낭인촌에 가서 자신을 팔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 곳에서 아운은 소설을 만나게 되고, 그 소설에게서 주먹밥 3개로 청부를 들어주기로 약속을 하게 된다.
떠나가기 전 소설이 알려준 대로 소개꾼을 찾아가 살인청부를 맡았지만, 청부자와 대상자가 워낙에 개념이 없었던 탓에 둘다 죽여버리고 복귀하였는데, 둘 중 한명이 오대세가 출신이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소개꾼은 자신이 덤터기를 쓸까 두려워 언가에 아운을 고발하고, 그 아운을 잡기위해 나온 언가와 충돌하게 된다.
언가를 따돌린 다음, 소설의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의 청부대상인 묵소정과 묵천악을 호위하여 사라신교까지 데려다 주기로 약속한다.

가던 도중 삼귀와 부딪히고, 오절과 부딪히고, 혈랑단과 부딪히고, 광풍사와도 부딪힌다.
그렇게 사라신교까지 데려다 주는 걸로 약속을 지킨다음 개념 좀 없던 보슬아치 묵소정을 죽이고, 개차반 묵천악을 천마인혼대법의 괴물로 변신시킨 후 그를 쓰러뜨림으로써 사라신교의 뿌리와 실세들을 아예 괴멸시켜 놓은 후 새로운 실세로 자신의 의형제들인 황룡 패거리와 소설, 편일학을 올려놓는다.
그렇게 한가지 일을 끝마친 후, 자신의 여동생과 아버지가 있는 북경 하씨문중도 디다볼 겸, 또 자신과 태중혼약을 했었던 북궁연이 총사로 있는 무림맹에도 디다볼 겸, 겸사겸사해서 사라신교를 떠나 무림맹으로 향한다.

이하 생략..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권왕무적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무림출도와 묵씨남매를 사라신교까지 데려다 주는 보표행..
2.. 무림맹에 들어간 이후 금룡단주로 취임한 이후 무림맹 정화작업..
3.. 무림에 암약하고 있던 원의 후예..즉, 대전사와 광전사들과 사문의 원수인 호연세가 일망타진..

이 중 스릴감이 느껴지는 건 1..이고, 가슴시원한 건 2..이며, 3..은 뭐..그저그런 수준이다. 좋게 보면 머리싸움이랄까 계획과 실행, 전략과 전술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진행상의 재미가 전부랄까..?
거기다 나중에 가면 너무 거칠 것 없이 막 행동하는 바람에 되려 거슬림이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약간의 거슬림만 감수한다면 읽는 내내 활명수를 마신 듯한 시원함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니 가급적이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권왕무적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몇개의 글들을 올린다.
아래는 권왕무적이 이런 느낌의 글이구나를 알 수 있을만한 몇가지 예문이다.
 

 

 


예)
이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인과응보란 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흐흐, 그런가? 과연 내가 인과응보를 받아 한쪽 눈이 멀었군.
하지만 모든 죄를 네가 함부로 단정 짓지 말아라!
너는 평생 동안 산속에 갇혀 무공만 수련해 본 적이 있는가? 그건 또 다른 지옥이다.
나는 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흐흐, 나는 지금도 장문인 의 유혹에 진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너라도 그랬을 것이다"

아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 일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의지로 벗어날 일이지. 그걸 핑계로 향락을 얻으면서 생사람을 죽였다면 그건 죄악이야. 개소리 집어치고 내려가라!"

더 이상 존중어린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운의 거친 말에 이연은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 권왕무적 아운과 형산삼연과의 대화 중 일부 -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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