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무협'에 이어서 오늘은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에 대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물론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책의 재미는 기본옵션이다.

2009/03/21 - [만화보기/소설읽기] - 내가 읽은 무협물 중 최고의 주인공들

1..이경영님의 [가즈나이트] - '지크 스나이퍼' 

유쾌, 상쾌, 발랄...

바람의 가즈나이트인 '지크'를 대변해줄 수 있는 말은 이 3단어로 표현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거기다 '바람'이라는 설정답게 아주 자유스럽고, 시원시원한 맛이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어찌나 성격이 좋던지 가즈나이트의 주인공인 무속성 '리오 스나이퍼'를 제치고 냉철하고 싸한 매력이 하늘을 찌르는 광속성의 우주 황태자 '휀 라디언트'와 함께 각기 '이노센트'와 '리콜렉션' 및 'BSP'의 주인공 자리를 꿰어 차기도 했을 정도이다.

특히 차갑고 '말보단 행동'이라는 법칙을 몸소 보여주는 휀 라디언트와는 달리 분위기를 하늘 높이 띄워주는 유머스럽고도 재치만점인 입담 때문에 가즈나이트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인기순위 중 당당하게 1위를 랭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쾌활하고 톡톡튀는 이 개성만점 덩어리는 말과 행동 뿐 아니라 복장상태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데, 예를 들어 위로 솟구친 짧은 금발머리에 긴 태도를 들고, 청바지에 붉은 자켓을 걸치며 오토바이로 질주한다거나 온몸에 기합을 넣음으로써 전류를 흐르게 하고 또, 분노를 터뜨리는 동시에 폭풍으로 휘감는다는 설정과 묘사는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쾌활함은 실상 외로움을 싫어하는 지크의 오버액션이며, 그 자신은 항상 다른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기위해 노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고 바라는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기도 하다.





2..김정률님의 [소드 엠페러] - '한성(한센)'

김정률님이 판타지 소설에 입문하게 된 첫번째 소설이다.


이 글의  주인공 한성(한센)은 약한 자에겐 약하고 강한 자에겐 강하며, 예의를 알고 인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아 항상 노력하고, 그렇게 이룬 자신의 높은 성취에도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최후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분골쇄신할 정도로 끈기도 있으며, 약한 전력으로 강대한 적을 상대할 수 있을만큼 지혜롭기도 하다. 
열렬한 사랑도 경험해 보았으며, 우정의 뜨거움이 어떤 건지도 잘 알고 있다.
동료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목표를 정했으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도 그 수단은 언제나 정의롭다.
차라리 멀리 돌아갈 지언정 부정한 길은 걷지 않으며, 선량한 자에겐 선의로 보답하고, 악한 자에겐 제마멸사의 기치를 바로 세운다.

그렇다..
한성(한센)은 옛 영웅전기에 자주 등장하곤 했던 정의로운 히어로와 같은 성격의 인물이다.
'악'과 '마'와 나쁜남자'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성향이지만, 나에겐 본받고 싶은 멋진 성격으로 비춰질 뿐이다.

인류를 전멸시킨 외계인에게서 구사일생으로 벗어난 한성(한센)이 다른 세상을 전전하면서 얻어지는 경험과 능력으로 결국 외계인에게 복수한다는 스토리의 퓨전 판타지로서 김정률 님의 소설답게 재미도 좋다.
 



3..이상혁님의 [데로드 앤 데블랑] - '란테르트'

이 글의 주인공 '란테르트'는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텨 나가지만...사랑하는 여자와 친구를 잃게 되면서 감정은 메말라 버리고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가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도 잃어버린지 오래이고 항상 노곤함과 괴로움으로 가득 찬 이 생에서 벗어나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길 끝없이 동경하면서도 친구와의 '약속'과 사랑하는 이의 '복수' 라는 목적만을 되새기며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촛불심지를 더욱 맹렬하게 불태우는..그런 맹목적인 기계와도 같은 삶을 죽지못해 살아간다.

남들에게는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불행(데블랑:불행의 신)들이 계속 주인공을 괴롭히고 또 주인공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자신의 삶이 결코 불행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혹시 행복(데로드:행복의 신)도 함께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어떤 면에선 '독보건곤'의 노독행과 비슷하지만, 노독행의 피를 부르는 처절함이나 불꽃같은 뜨거움과 달리 먹장구름과 같은 음울함과 어쩔 수 없는 나른함이 란테르트의 모습을 대변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내일의 죠'에서 느꼈던 감동과 전율을 다시한번 느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가치가 있으며, 소설을 읽고 꿈을 꾸어 본 건 이 책이 처음이었고, 일어나서는 눈물도 찔끔 했을 정도로 나의 심상에 충격을 준 소설도 이 책이 유일하다.
새드엔딩으로 유명한 작품이며,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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