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케이블 tv에서 챨리와 쵸콜렛 공장을 해주길래 맘 잡고 한번 봤다.
사실 전에도 몇번 해줬기 때문에 볼려면 진작에 볼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섬찟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보다 포기하고 또 보다 포기하고 해서 다 보지를 못했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왠지 '끝까지 한번 봐보자..남들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는 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니 그게 뭔지 나도 한번 느껴보자' 라는 마음이 들어서 자리잡고 앉아 끝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다 본 후의 느낌은 그냥 그저 그랬다.
일단 줄거리는 엄청 간단하다.
부모나 가족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한 개념없고 철딱서니도 없는 공장장이 후계자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황금티켓을 뿌려 5명씩의 부모와 아이를 초청한다.
견학 도중 똑같이 개념없는 4명의 부모와 아이들은 박살내 버렸지만, 정작 그런 자신 역시도 개념이 없었기에 결국 유일하게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마지막 한 아이에게 개념없음을 지적당하게 되고, 이에 충격을 받은 공장장은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또 찰리의 도움으로 자신이 진실로 바라던 것을 얻게 되어 그 보답으로 원래의 계획대로 자신의 공장을 물려줌으로써 그 둘은 결국 상부상조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뭐 이런 이야기다.
이렇게 내용은 별달리 특이할 건 없는데, 그것을 온갖 색채로 도배하고, 기기묘묘한 배경과 그래픽으로 예쁘게 꾸미고,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으로 버무린 다음, 중간중간 교육적인 요소를 첨가시켜 내용은 최소한으로 해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끔만, 그외 실질적인 알맹이는 있어보이는 영상만으로도 관객들이 만족할 수 있게끔 양껏 포장한 이른바 '영상미학'의 결과물이 바로 이 '찰리와 쵸콜렛 공장' 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수박의 단맛을 더하기 위해 소금을 바르거나 떫은 맛, 신맛 등을 가미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동화와 같은 연출에다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괴기스럽고도 약간은 섬찟한 연출을 함께 섞어넣음으로써 뭔가 정상적이지 못하고 약간은 미친 듯한, 또 어찌보면 환상체험을 하는 듯한 희한한 느낌을 보는 이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을 두고 만든 영화인 것 같았다.
이렇게 내가 받은 느낌을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느낌들의 집합체이지만, 이런 복잡한 느낌들을 그냥 하나로 뭉텅거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라면 나는 그냥 영상으로 장난친거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소린가 하면,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의도나 핵심따윈 무시하고, 말의 표현이나 단어 사용, 늬앙스 등을 가지고 핵심으로 다가서진 않고, 주변을 빙빙 돌면서 이리꼬고 저리꼬며 말꼬리 잡고 흔드는 경우를 보고 우리는 흔히 '말장난 한다' 고 표현한다.
근데, 이 영화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말로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장난을 친다는 게 다르지만 말이다.
때문에 이런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상관이 없겠으나, 나처럼 화려한 것보단 담백한 것을 더 좋아하고, 유치한 것보단 멋진 걸 좋아하며, 요동치는 것보단 잔잔하고 절제된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영상은 오히려 독에 가깝다.
즉, 저런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영상미에 취해 내용은 어느 정도만 되어줘도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겠지만, 나처럼 저런 영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보기싫은 영상때문에 내용까지 덩달아 찬밥취급 당할 지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 동안 말로만 들었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잘봤다..
이건 뭐 딱히 참고할 영상을 올리거나 할 필욘 없겠지..? 별로 소장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으니 이번 참고영상은 그냥 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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