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또, 동물들이 고통받고 울부짖는 모습만 보면 안스럽고, 분노가 치솟고, 속도 울렁울렁 거리는 등 나름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다.
때문에 영화에서 나쁜 놈들에게 잡혀가 죽임을 당하고, 결국엔 뼈다귀만 남은 체 전시용이 되어버린 코끼리와 이를 보고 미친 듯이 발광하는 토니쟈의 분노가 십분 이해되더라..이해는..
이해는 되는데, 내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 봤다...나는 과연 토니쟈처럼 저렇게 무작정 달려들 수 있을까?
난 저럴 수 없었을 것이다. 공권력의 도움을 얻으려 경찰에 신고해보고, 돈으로 사설업체에 의뢰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결국엔 나의 무력함에 분노하고 실망하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며 울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옹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가리를 굴리지도 않고, 옆이나 뒤를 돌아다 보지도 않았다. 그냥 무조건 바로 앞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기술, 정보, 돈, 권력 다 무시하고(어차피 있지도 않았지만), 오직 자신의 힘과 느낌 만을 믿고 우직하게 돌진해나갔다.
그러고 보면 옹박은 1편- 무예타이의 후예 -도 그렇고, 이 두번째 미션도 그렇고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막강한 조직에 무력(?)하기 짝이 없는 한 개인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달려들어 결국에는 되찾아 오는 그런 내용을 담고있다.
힘이 강하다고 약한 사람의 창자를 끊어놓고, 힘이 약하면 강한 놈들에게 당하고도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곳을 우리는 무법천지 내지는 좆같은 사회 라고 부른다.
무법천지에서는 100명이 모여도 절대 100명이 잘 살 순 없다. 제일 강한 1명, 절대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최강자만이 잘 살 수 있으며, 그보다 약한 나머지 99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똑같이 쥐어터지면서 살긴 마찬가지다.
이 것이 싫어 집단을 이루더라도 마찬가지다.
100명의 사람들이 각기 집단을 이뤄 10개에서 20개의 집단으로 이뤄졌다해도 그 집단 중 가장 강한 집단에게 나머지 집단은 또 쥐어터지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게 곧 법이고, 정의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0명이 모여 100명이 다 살 수 있게 되려면 제일 막강한 최강자가 나머지 99명보고 똑같이 싸우지 말고 살아라며 으름짱을 놓는 수 밖에 없다. 1등을 제외한 99명의 입장에서 보면 1등을 거스를 힘이 없는 한 1등이 내세운 잣대에 맞춰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잣대가 99명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잣대라면 두번째로 강한 2등 앞에서도 제일 약한 100등이 두려움에 떨거나 하지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즉, 공정한 사회가 될려면 1등이 공정한 놈이어야 한다는 소리다.
강한 놈이든 약한 놈이든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으려면 그걸 중간에서 지켜보는 놈이 공정해야 된다. 혹여 순식간에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자신의 힘이 강하든 약하든 상관없이 공정한 놈의 힘을 빌어 그 억울함을 풀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그 곳에 살고 있는 놈이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강한 놈이든 약한 놈이든 상관없이 의무를 이행하고 규칙만 준수한다면 얼마든지 안심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마음 푹 놓고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잣대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을 보장해 주는 놈이 1등으로 버티고 있는 세상이라니.. 그 곳에 사는 녀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다.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하여튼 명목상으로는 그러하다..
때문에 이렇게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빵꾸난 곳이 없는 건 아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선 힘에 치이고 폭력에 굴하며 신음하는 이가 반드시 존재한다.
왜?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인데, 도대체 왜?
이유는 공정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을 표방하곤 있지만,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잣대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라고 만들어진 것이건만, 이 잣대를 들이대는 놈들이 부정부패비리를 저지르는 빵꾸난 인간이기 때문인 거다..
지들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보고도 못본척,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잣대를 들고만 다닐 뿐 똑같이 들이대지 않는 놈들이 그만큼 많은거다..
그래서, 제 아무리 법치국가이고,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 선 사회라 해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들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는 것이다.
이 옹박의 경우도 그러하다..
태국이든 호주든 분명 공정한 잣대가 마련된 곳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옹박은 가족같은 코끼리를 강탈당하고 다시 돌려받으러 갔다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오히려 다구리 맞는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았나..
다행히 옹박이 워낙에 강했기 때문에 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결국 끝판 대장까지 박살을 내버리긴 했지만, 그런 옹박도 가족같았던 어미 코끼리만큼은 구하질 못했다..
게다가 옹박이 워낙에 강하니까 그나마 저런 결말이라도 있은거지, 실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이랬다간 바로 잡혀서 쥐도 새도 모르게 동해바다에 가라앉거나 어디 한적한 야산에 묻혀 3년 후에나 발견될게 틀림없다.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엔 다른 방도가 없으니, 애초에 이런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일어나면 안될 것이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도 안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법은 약자를 보호하고 억울한 일을 겪지 않게끔 도와주지만, 시행하는 놈들이 좆같은 이유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원천봉쇄 해주진 못하며, 일단 억울한 일을 당했을 경우 그걸 전적으로 해소시켜주지는 못한다..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도, 설사 당했더라도 이를 해결할 방법은 분명 있지만, 그래도 우리들의 가슴 한켠에는 당한 만큼 똑같이 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응어리져 있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1등의 힘을 빌어 해결을 보더라도 직접 해결을 보지 않으면 가슴 속의 원한덩어리는 풀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옹박은 우리가 바라지만 할 수 없었던 해결방법을 직접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직접 찾아가 그것도 몇몇 사람이 아닌 집단전체를 초토화 시키고 돌아오는 것이다.
옹박의 이런 행동을 보고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스트레스가 풀림을 느낀다. 대리만족을 느낀다..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 가슴 속의 풀리지 않은 응어리와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스트레스 덩어리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애초에 당하지 않을려면 시도하는 놈이 없어야 할 것이고, 시도하는 놈이 없게 만들려면 착한 놈들만 모여 있든가 아니면 핸디캡이 커서 시도하기 전에 100번은 다시 생각해 볼 정도로 겁을 내야 하는데, 그렇게 겁내게 할려면 일단 처벌이 아주 강력해야 하고, 이단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하나같이 범죄를 미워해서 한명의 범죄자가 났을 시 1억개의 눈이 째려보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며, 삼단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제 1순위의 가치가 '도덕' 과 '명예' 가 되어 사람들 자신이 스스로를 단속하려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만들어 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래야..흠, 내가 지금 뭔 소릴 하는건지...;;
아무래도 나쁜 놈들에게 잡혀가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죽은 이후에도 희롱감으로 전락해 버린 코끼리와 이를 슬퍼하는 옹박을 보고 좀 센치한 놈이 된 것 같다. 무술영화 보다가 뭔 놈의 법치국가가 어쩌니 무법천지니 이상한 소릴 하는 건지..원;;
괜히 뻘글을 보이게 놔두기도 쪽시럽고, 그렇다고 지워버릴 수도 없으니 이렇게 글 상자 안에 쳐박아 놔야겠다..쩝
아무튼 '두번째 미션' 도 잘 봤다..
기존의 옹박과 비교하면 크게 다른 내용도 아니고, 10배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하지만, 폭파장면이나 해외 로케이션, 애니메이션 제작, 기타 고가 장비 등장 때문인 듯 딱히 영화의 질이 상승한 것 같지는 않다. 한마디로 '무예타이의 후예'를 보나 이 '두번째 미션'을 보나 별 다른 느낌은 못 받을 거란 얘기다.
그러니, 감상할 때는 1편 때 처럼 옹박의 무술장면에만 촛점을 맞춰보면 되겠다..
아래는 참고영상이다.. 무예타이의 후예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도록 하자..
p.s
근데, 솔직히 70 대 1은 너무 심했다..
5명이 둘러싸서 동시에 공격하기만 해도 싸우기가 힘든데, 공격하는 70명 중에 그렇게 공격하는 녀석은 단 하나도 없고, 차륜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옹박의 체력은 그야말로 무한정인양 온갖 묘기를 부리면서 싸우고, 옆구리를 칼로 찔렸는데도 싸우는 도중에 뿜어져 나오거나 흘러내리는 피는 보이질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