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성공기는 제목처럼 대장장이가 성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보다는 '마법사의 성공기' 내지는 '건국기'에 더 가깝다..

내용은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착하지만 건강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마음씨 착한 아이가 부모님께 선물로 받은 게임 덕분에 건강도 되찾고,현실생활에선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장애물들을 극복하게 되었으며, 닉네임이 좋은 탓인지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어 결국 이 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길드를 구성하게 된다.
또, 지칠 줄 모르고 부딪혀 오는 라이벌과 이를 받쳐주는 솜씨좋은 동료들 덕분에 그와 그가 속해있는 길드는 끊임없는 발전을 이루게 되고, 그렇게 하나하나에 충실하다 보니 어느 새 거대한 제국의 황제에 까지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장장이로서의 실력행사는 대단히 적다.
초반에 배울 때, 그리고 드워프 마을의 축제에 참가하면서 두어번, 또 지인들의 무기를 손봐줄 때 몇번.. 대장장이로서 활약하는 경우는 이게 끝이다.

반면에 마법행사는 사냥, 전투, 퀘스트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되고, 주인공의 호칭도 마신이라 불릴 정도로 마법으로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데다 주인공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었던 화이어마스터라는 존재 및 화이어컨트롤이라는 능력도 처음에는 마치 전설 상에 등장하는 최고의 대장장이라는 증거인 것처럼 묘사했었지만, 나중에는 신의 대리자로 선택받는다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마법능력으로 묘사되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던 대장장이에 관련된 요소를 더욱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마도 이는 작가는 처음에 구상하기로는 대장장이 성공기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갈려고 구상을 했었지만, 쓰다보니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아이디어가 흘러나온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그리고, 마법에 의한 전투장면 묘사도 그렇다.
마법의 종류는 단조롭고, 운용의 묘사 또한 세밀하지 못하다.
뭐랄까? 그 현장을 실제로 보는 것처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묘사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할까.. 그랬다.

하지만, 대신 전체적인 줄거리랄까, 흐름과 윤곽을 선정하는 쪽으로는 그럭저럭 읽을 만 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스승을 만나 마법과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고 동료를 만나서 그룹장, 길드장, 동맹장, 연합장, 국왕, 황제가 되기까지.. 또 그 와중에 사냥터를 전전하고 확장하고, 공성을 통해 영지를 얻게되고, 타 영지도 복속시키며 나가는 그 모든 과정들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있어 특별히 눈에 확 뜨일 정도로 재밌지는 않았지만, 딱히 나쁘지도 않은 뭐 적당히 만족하며 읽을 수 있었던 수준이었다는 거다.
한마디로 작가의 강점이 나무보다는 숲을, 전술보다는 전략 쪽에 있는 듯 했으며, 위험한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순리를 따른 중박 정도의 내용이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주인공의 성격이 좋은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 나는 성격좋은 주인공에게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주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성격 좋은 사람이 항상 인정받고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그게 올바른 사회라고 믿고있고, 또 일상생활에서도 개념없는 짓거리를 보면 마음 편하게 흘리질 못하는 아주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성격 나쁜 주인장의 음식점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곳이라도 소화가 안되서 못먹고, 아무리 재밌는 책이라도 주인공의 성격이 개념이 없으면 결국 못참고 던져버리기 일쑤다.
반대로 성격이 좋고, 열심히 하고,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인내하는.. 그러는 와중에서도 다른 사람 잘 챙기고 배려하는 그런 사람을 보면 마치 인간극장 한편을 보는 듯한 야릇한 감동과 훈훈한 온기를 느끼게 되어 나도 모르게 더욱 더 집중해서 보게되더라..

이 책도 그러하다..
이게 성격좋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재미없는데도 불구하고 점수를 더 준다는 건지, 주인공의 성격이 좋으면 재미없는 소설이라도 재미있게 읽히기 때문에 점수를 준다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이 책 역시 중간에 좀 변하는 위험상황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참 착하고 믿음직하고, 또 배려하기도 잘하고, 개념있고, 순박한... 그런 성격의 주인공이라서 더 재밌고 마음 편하게 읽은 게임소설이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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