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전기..
판타지 세계에 소환된 검술의 대가이면서 마법에도 능통한 히어로..제이
딱 보자마자 떠오르는 게 '케이' 였다..
주인공의 이름이 비슷해서 그렇게 느낀건지, 아니면 검술의 대가인 한국인- 이런 캐릭터가 요즘 제법 많다. 트루베니아 연대기의 헬프레인 제국황제와 열왕대전기의 카르마, 마술전기의 마현이 그러하다 -이 인간 외적인 존재에 의해 강제로 판타지 세계로 넘어오게 되는 첫장면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이다.
물론 세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야 다르겠지만,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씩 참고할 수도 있는데다가 설사 베끼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티브로 삼는 정도는 일도 아니니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특별히 거슬리거나 하는 캐릭터는 없었다..
큰 뼈대는 그냥저냥 볼만했고 말이다..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 욕심만 안부리면 대충 볼만했다는 정도는 되었는데, 정작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지적수준에서 드러났다. 쉽게 말해 거의 아메바 수준이었던 것이다.
천족은 아메바, 마족도 유글레나, 인더스트리는 클로렐라, 인간은 플라나리아 수준이었다.
그 많은 등장인물 중에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 이들은 딱 1명.. 라이언 후작 한사람 뿐이었다.
이렇게 멍청한 것들이 각 종족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보니 일어나는 사건사고도 고만고만, 그걸 해결하는 방법도 고만고만, 그 사건을 계기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도 고만고만..ㅋㅋ
결국 멍청한 등장인물들의 사고와 행동 덕분에 전체적인 내용의 질적저하를 가져오고야 말았고, 그게 이 소설의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도 아주 안좋은 악영향을 끼친거라 그렇게 생각되어졌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천족이 마족을 쓸어버리려고 불경스럽게도 신을 소환했는데, 나타나라는 신은 안 나타나고 인간 한명이 소환된다.
이름하여 제이..
이 제이는 간단한 마법교육을 받고 지상으로 내려가 명령대로 마족을 때려잡기로 했지만, 원체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주인공이다 보니 아메바 수준의 천족들 꿍꿍이는 바로 알아차린 상태..
어차피 마족들도 나쁜 놈들이긴 마찬가지니 천족과 공멸하게 만들 생각으로 계획을 꾸미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실행에 옮긴다.
결국 신마대전이 일어나게 되고 이리저리 천족과 마족을 가지고 놀다가 주인공이 있던 원래의 세계에서 수소폭탄을 가지고 오면 마족은 한방에 쓸어버릴 수 있다고 속여 다시 이쪽세계로 연결하는 마법진을 설치하여 복귀하게 되고, 그 차원의 문이 닫히기 직전 수소폭탄을 밀어넣는다..
1년 후 차원의 문을 타고 저쪽 세계의 동료였던 릴리가 구원을 청하러 넘어오게 되고, 릴리와 함께 넘어가자 마자 다시 복귀(저쪽 세계에서 일을 끝마친 후 이쪽세계의 현시간에 맞춰 다시 넘어온 것)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근데, 실제 읽다보니 참 재미가 없더라..
아니 재미가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필력이었던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때 굳이 안해도 되는 소리를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더라.
또, 별 재미도 없는 사건들이나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건들을 많이 집어 넣었고. 사건사고의 발생이나 그걸 접한 등장인물들의 반응이나 언행들에 대한 이유도 좀 부실한 감이 있었고.. 아무튼 놔두지 말고 버리면 더 좋았을 걸 같은 글들이 너무 많았다 싶다.
결국 짧은 말로도 전체를 아우르고, 핵심을 코곡 찔러댈 수 있는 소위 '필력'이 후달린다는 소리다.

잠룡전설이나 금룡진천하- 소환전기와 같이 읽고 있다 -를 보면 사건사고를 구상하는 능력은 대단한 것 같은데, 그것들을 재밌게 풀어나가는 서술이나 묘사능력이 그걸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히 위트있는 어휘력으로 그것을 무마시켜주곤 있지만, 이처럼 약간 무게감을 갖춘 주인공의 통상적인 판타지나 무협소설에선 개그효과가 먹히질 않고 오히려 발목을 잡아대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된다.

최근 읽었던 이 작가의 작품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만약 앞으로도 작품을 쓸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잠룡이나 금룡같은 스타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장점을 잘 살린 집필 스타일이 아닐까 그렇게 판단되었다.

결론적으로 '소환전기' .. 소장용은 아니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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