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내가 누구냐 진초운이야 진초운, 난 성공할 자신이 없는 사업은 시작안해"


광룡, 잠룡에 이은 3번째 용, 금룡에 대한 소설이다.
금룡과 잠룡의 차이라면 잠룡은 상인의 탈을 쓴, 아니 아버지가 상인일 뿐 실제 본인은 상인과는 무관한 한 무공고수의 이야기인거고, 금룡은 이와 반대로 200년전 검제의 후손이며 무공이 고강하지만 그 실체는 틀림없는 상인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상업에 관한 것이 주된 테마로 작용한다.
이는 만약 잠룡의 주인공이었던 주유성의 아버지 금검 주진한이 하남십대상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고 가정한다면 이런 금룡진천하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전반부와 후반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 전부가 장사에 관련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장사에 관련된 주인공이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금룡도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으로 나온다.
적들의 온갖 수작질로 눈이 퀭해질 만큼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진유의방이 사람들의 성원으로 다시 살아난 거라던지 대규모 상단을 짜서 이동할 때 무황성에서 수작 부렸던 약초를 신마단이 탈취해 가지않나, 또 사혈련의 수작질로 독이 든 약초를 다시 확보해 놓으니 이번에는 지사파가 사들고 가는 바람에 위기도 모면하고, 강시제조를 막은 영웅도 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러다 결국은 진짜 금룡이란 이름답게 노다지를 캐버리는 것으로 쐐기를 박아버린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200년 전의 천하제일인 검제 진양백의 후손인 진초운은 3년만에 검제의 무공을 완성하고 수련동을 나선다.
밖으로 나와보니 집은 거덜이 나있고, 부모는 돈 떼먹고 도망 갔으며, 어릴 때 하녀로 데려왔던 유미미 라는 소녀만이 유일하게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냉대하고, 친구들은 등돌리고, 애인은 배신 땡긴 이 거지같은 현실에 하마터면 마두가 될까도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지만, 유미미 덕분에 마음을 고쳐먹고 같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자고 약속한다.

우선 호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년 간 유미미를 괴롭혀왔던 오할파의 고리대금을 해결하고, 거기에서 나온 자금과 석가장의 잔칫집에서 효과를 본 활검의 경지를 이용한 식재료 다듬기로 돈을 벌기로 결심, 바로 변두리에 작은 음식점을 개업하고 두 사람의 성을 따서 이름을 '진유각'이라 짓는다.
입지조건을 무시했기 때문에 원래는 쫄딱 망해야 정상이지만, 그래선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는 고로 값싸고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게 되고, 진유각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진유각에서 번 돈으로 광산개발업자라는 적천양에게 투자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모자란 돈을 보충하려 상단호위에 나섰다가 은형귀투에게서 작은 돈주머니를 얻게되고, 돈이 아까워 수작부리던 상단주를 협박하여 뜯어낸 삼백냥으로 천향차 밭을 구매했다가 다시 만금상주 위대복에게 팔아 총 은자 2천냥이라는 목돈을 마련한다. 
또, 점소이를 통해 빈민들의 상태를 알게되어 이에 들어가는 약값을 아껴볼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진유의방과 조광생의 만남, 이 진유의방의 적자를 또 메꿔보기 위해 다른 마을에 낸 진유각의 지점들로 인해 점점 진초운의 사업들은 그 부피가 커져가기 시작한다.

진유의방의 조광생 어깨너머로 배웠던 환자를 보는 안목과 기를 느끼는 기감과 기를 통제하는 무공으로 어느듯 조광생 보다 훨씬 그럴 듯한 의원으로 알려지게 된 진초운은 육검문의 육옥화 몸속에 잠복해 있던 혈고독을 제거해주고, 그 혈고독이 내뿜는 독기의 정화를 흡수하여 무공을 높였을 뿐만 이를 계기로 신의 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어 급기야는 무황성 소기백 장로의 막내딸인 소주아의 칠음절맥까지 치료해 주기에 이르렀는데, 원래 육검문의 혈고독은 무한문주 단백호가, 소주아의 칠음절맥은 사혈련의 마의가 노리고 있던 터라 곧 진초운의 이름이 그 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이후 행보에 큰 장애물로 등장하게 된다.

이후 진초운은 대표사업인 진유각, 진유의방에 사용되는 약초와 식재료를 운송하기 위해 진유상단을 창설하게 되는데, 이 상단 내에 진초운을 훼방놓기 위해 무황성, 사혈련, 무한문에서 유입된 첩자들이 암약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게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훼방을 놓는 내부의 적들 때문에 진유의방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진유각 역시 장사를 방해하는 무리들 때문에 자금을 대주지 못하고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게 된 찰나, 진유의방을 살리자는 사람들의 성원으로 진유각은 다시 살아나게 되고 덩달아 곧 쓰러질 것 같았던 진초운과 인유의방 역시 기사회생하게 된다.

비록 기사회생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진유상단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에 적들은 진초운을 아예 매장시킬 방법으로 진유각이나 진유의방이 아닌 진유상단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진초운이 약초를 운송하기로 계약된 상태에서 무황성에선 싸구려 약재로 바꿔치기 해놓지만, 신마단의 요진창이 이를 탈취해 가는 바람에 이 사실은 사전에 들키고 만다. 진초운이 다시 새로운 약재들로 채워놓으려고 할 때 사혈련에서 수작을 부려 새로 구입한 약재에 독을 뿌려놓는데, 이번에는 지사파에서 강시제조를 위해 이 약재들을 웃돈을 주고 사가 버린다.
그런데, 웃돈을 주고 사온 약재 때문에 백구의 강시가 완성직전에 망쳐져 버리자 눈이 돌아간 지사파의 우마곤은 전병력을 이끌고 진초운을 공격했다가 망해버리게 되고, 이 사실이 전 무림에 퍼지게 되면서 진초운은 강시제조를 사전에 막은 '대협'으로 불리게 된다.
'대협'이든 '소협'이든 어쨋든 정작 진초운에겐 약재에 독이 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고, 이를 계기로 내부단속에 들어가 모든 첩자들을 다 잡아내어 차후 역공작으로 이용할 매체로 삼는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진초운에게 위협을 느낀 단백호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진초운의 자금압박을 시도하게 되고, 이에 다시 파산직전까지 몰린 상태에서 그 동안 애물단지였던 적천양과 함께 금광을 발견하게 되는 대역전극을 펼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진초운은 '금룡' 이라 불리게 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단백호의 자금압박이 사라지고, 내부에서 방해하는 첩자들이 초토화 되어버리고, 밖에서 발목을 잡던 무황성, 사혈련,단백호가 일시 철수해 버림으로써 이제까지 눌려졌던 압박이 일시에 사라져서 그런지 그 반대여파로 엄청난 돈을 끌어모으게 되고, 세상에 금룡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엄청난 무공에 엄청난 부자에 엄청난 운빨에 진유의방처럼 자선사업까지.. 금룡의 이름값은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금룡 밑에 모이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에 진초운은 몰려든 무사들 중 괜찮은 이들 일부를 채용하여 진유표국을 만들고, 진유감찰단과 진유정보대를 만들어 운용한다.
그리고, 금룡의 이름을 이용하여 단백호를 막아낼 생각으로 관흑천을 위시한 천하거상들이 조직한 진유상인회의 회주로 등극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진초운은 단백호를 파멸시키기 위한 작전을 짜게 되고, 제 일차로 땅을 매입하는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금룡의 수작으로 단백호와 사혈련은 농락당하게 되고, 그 들의 자금줄은 절반으로 마르게 되면서 겁을 먹은 단백호는 무황성과 사혈련을 싸움 붙여 천하를 혼란시킨 다음 어부지리를 얻을려고 한다.
이에 금룡은 무황성을 지원하게 되고, 단백호와 무한문은 검제 진양백이 말했던 악의 무리라는 것을 깨달은 금룡은 이들을 계획을 모두 박살내고 후드려 잡음으로 해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 대충 이런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쓰고 나니 엄청 길다..
이제까지 썼던 것 중 최고로 긴 것 같다.
그만큼 내용이 단순하지가 않다는 뜻이고, 상당히 이야깃 거리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확실히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실 그 동안 소환전기나 표사를 읽으면서 재미없는 걸 꾹 참고 읽느라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는 줄 알았는데, 막판에 이런 재미를 느끼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초반에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어이없게 등장하는 모습 때문에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곧이어 등장한 미미와 오손도손,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실실 쪼개게 될 정도로 이 두사람의 이야기는 포근했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동네사람들이 다 차갑게 대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마두가 될 뻔한 진초운을 유일하게 반겨주고, 믿어주고 따라주는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유미미와 그런 유미미에게 다시는 아픔과 슬픔과 외로움을 주지않고 항상 웃음과 행복과 즐거움만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진초운의 약간은 허풍선이 끼도 가미된 행동들과 기나긴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나도 충실하게 와닿았다.

가령 예를 들어 이런 거다..

'헤헤..오라버니, 저 행복해요^^'

"닭죽이 정말 맛있어"
"오라버니, 죽이, 죽이 살살 녹아요"

"우물우물, 고기가 정말 많다..흐흐흐"
"헤헤, 정말 맛있어요"

"초운총각이 돌아오니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네, 미미는 참 좋겠다"
"헤헤, 정말 좋아요"

"으하하하, 은자 스물다섯 냥"
"캬아아악, 오라버니 너무 좋아요"

아우.. 이상하게 저런 반응이 좋더라..
저렇게 귀엽다면 닭죽이 아니라 전복죽인들 아까우랴 라는생각이 무럭무럭 피어나게 만들더라..물론 초반에만 말이다.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저런 귀엽고 예쁜 모습은 많이 사라지고, 귀여운 모습보다는 답답한 모습이 더 크게 와 닿는다.
바로 진유의방 건..
'오라버니만 믿어요','죄송해요, 전 그냥..훌쩍' '제가 하자고만 안했어도' ..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몇군데 철수하자고 제의하면 '어떻게 그래요''너무해요' 하면서 반대하는 모습이 너무 낮에도 꿈만 꾸는 소녀처럼 보여 좀 답답했다고나 할까..
저러다가 결국 쫄딱 망해서 다시 다 떨어진 옷 입고, 풀뿌리 죽도 겨우 캐먹으면서 빚 갚느라 허덕이는 사태가 되면 어쩔려고 그러냐.. 라는 생각이 물씬 들 만큼 위태롭고 답답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뭐.. 결국은 다 잘 해결되었으니 망정이지만..

아무튼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나 풍성한 읽을거리가 덕분에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반면 좀 거슬리는 점이나 이해 안가는 점들도 몇 있었었다..
예를 들면 우선 진초운의 부모들이 돈 떼먹고 야반도주하면서 유미미를 버려두고 갔다는 거나, 진초운이 초반에 무림에 뜻이 없어 비밀을 좀 지켜달라고 할 때 말로는 알았다고 해놓곤 전부 동네방네 다 떠들어버린 것 같은 경우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신의가 없는 놈들, '약속은 깨라고 있는거다' 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놈들을 너무나 싫어한다.
예를 들어 육검문의 육옥화의 고독을 치료해 준 다음, 육천익이 간접적으로 다 밝혀버린 점을 보자..
분명히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언행을 노골적으로 해서 공공연한 비밀로 만들어 버린 것도 그렇고, 진초운도 꼬라지 보니 비밀을 제대로 지킬 것 같지 않아 보였다면 "제가 무림과는 관계되고 싶지 않습니다. 미미와 둘이 조용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만약 비밀이 새어나가 저와 미미가 귀찮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전 아마 대인을 원망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농담이 아니라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도는 단단히 다짐을 받아두든가 했어야 했다.. 그게 원래의 진초운 성격에도 맞았다.
그러니, 아무리 이야기를 진행하기 쉽게 하기위해서라고 해도, 이 부분을 허술하게 다루지 말고 차라리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아 그 쪽으로 길을 뚫어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비밀이 너무 쉽게 뚤려나갔다는 게 좀 거슬렸다.
하기사 홍초문에 비하면 양반이지만서도..

또, 김칫국을 마실생각부터 하는 건 좋다만, 그 김칫국을 마시는 데 방해되는 사람이라면 김칫국물의 주인까지도 때려잡을려고 드는 놈들도 우린 싫어한다.
아니..그게 지들꺼야? 힘 있으면 '내꺼는 내꺼, 니꺼도 내꺼' 라는 좆같은 개념을 가지고 있는 새끼들이 정파입네 하고 폼재고 다니는 것만큼 냄새나고 구린 게 없다..  그래서, 위선자들이 욕을 쳐먹는 거지..
아무튼 소홍기라는 놈이 와서 소주아의 베필자격을 시험해 본답시고 3초식을 뿌리며 진초운을 몰아세울 때 진초운이 화를 내는 장면을 보고 '옳타꾸나, 이제야 제대로 된 반응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유미미가 말리는 바람에 그걸 포기한 게 너무 아쉬웠다..
딱 마음 같아선 '이 자식아' 하고 외치면서 달려들어 소홍기의 아구창에 주먹떡을 먹이고 여세를 몰아 그대로 땅바닥에 쳐박아 버렸으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말이다.
하여튼 저런 혼자만 좋으면 된다는 썩은개념들이 좀 거슬렸다는 거다.

이처럼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긴 하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취향에 관계된 문제이므로 사실 문제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냥 이 놈은 그렇게 느꼈었구나 라는 수준으로 넘어가도록 하고, 이 밑으로는 몇가지 이해안되는 점들을 좀 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첫번째로, 오할파 두목은 진초운이 칼날을 뚝뚝 떼내는 걸 보고 '육검문에서 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럼 상식적으로 "호..혹시 육..육검문에서 오셨습니까?" 라는 확인이 나와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건 나오지 않고 그냥 육검문에서 나왔다고 믿어버린다.
왜? 그래야 이야기 진행이 쉬우니까.. 즉, 이야기의 손쉬운 진행을 위해 상식을 무시하는 전법을 쓴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점들은 기분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때는 초반이라 유미미의 귀여움에 푹 빠져 있었을 때니까 말이다.

다음 두번째로..신풍상단주 운벽하와 그 일당들이 수련동을 파기 위해라지만, 진초운의 말을 다 들어준다는 점이다.
아무리 목숨을 걸었다며 자신만만하게 장담한다 해도, 점소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게 이상하다 생각될 일들이 진행되는데도 그에 대한 의심만 하고 치운다게 이상하다는 거다..
예를 들어 땅을 파는 데 은자 두당 매일 은자 한냥을 ok한다는 것. 아무리 일 끝난 후에 돈을 안주고 죽이겠다는 계획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시세라는 게 있는데, 그걸 감안하지 않았다는 건 차후 역추적이 들어올 때 시세에 안맞게 후한 보수로 일을 시켰다는 소문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건 그동안 은밀하게 일을 진행시켜 오던 그들의 행동지침에 비추어 볼 때 위배되는 사항이다.

게다가 그렇게 보수를 주더라도 상단의 말대로 매일 하루 일을 끝마친 다음에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가 있다해도 미리 선금으로, 그것도 일이 몇일이 걸릴 지도 모르고, 몇사람이 더 필요할지도, 하다가 얼마나 빠질지도 모르며, 그 들이 돈만 받고 중간에 도망을 가거나 일을 대충대충 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점소이의 말만 듣고 목돈을 한번에 뿌리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없다.

뿐만 아니라, 빈민들이 다시 돈을 뺏어갈 것을 걱정할 때 진초운이 전귀사견을 시켜 보호해줄 거라 공언했고, 이를 신풍상단에서도 들었는데도, 일이 뜻하는대로 풀리지 않은 것만 원통해 했지, 어떻게 점소이의 신분인 진초운이 그런 고수를 부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

결정적인 건 이처럼 이상한 계약에 바보상단주 운벽하가 응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돌대가리가 상단주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건지, 설사 단백호가 진짜 상단주이며 운벽아는 그냥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해도 운벽아같은 돌대가리를 상단주 자리에 배치했다는 건 그만큼 단백호의 안목 또한 그에 못지 않을만큼 형편없다는 결론 밖에 안되지 않겠나를 생각하면 역시 좀 말이 안되는 상황을 어거지로 집어넣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금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정도까진 아무 거리낌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왜? 진초운이 행하는 건 착한 일이고, 유미미는 귀여우니까.. 이 둘의 매력에 비하면 저 정도 어수룩함 쯤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전귀사견이 진짜 입속의 혀처럼 살살 기어주는게 어떻게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아서 기어준다는 점이나, 강시제조에 독 들은 약재를 확인도 안하고 넣은 점이나, 지사파의 우마곤은 분명 사파였으며, 이 사파의 강시를 망치고 우마곤을 죽인 사람이 금룡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무황성의 군사는 여전히 금룡을 사혈련의 첩자라고 생각했다는 점 등이 있지만, 이런 것들까지도 유미미의 귀여움으로 넘어가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건 도무지 이해가 안가더라..금룡 진초운의 '땅 따먹기' 대작전 말이다.
진초운은 진유상인회를 조직하여 자금을 모으고 이 자금으로 땅을 사들이는 것처럼 사기를 쳐 단백호를 한방에 거꾸러뜨리려 한다. 단백호는 진초운이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 실제로 사들이고 있는 건 사혈련이지만 -에 자신도 진초운의 금룡신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돈을 다 투자하여 맞불작전으로 맞선다. 이 상황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단백호를 무너뜨리기 위해 진초운은 이런 위험한 방법을 사용했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땅 따먹기가 돈의 단위가 크고, 단백호의 원천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일이라도 그렇다..막말로 머리 좋은 단백호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따라오지 않았으면 제 아무리 첩자를 역이용하여 정보를 흘렸든 어쨋더라도 이 계획은 그대로 진초운의 손해로 이어지게 되는 위험한 덫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고 하니, 단백호가 거부가 된 이유를 보면 자금으로 압박하여 무너뜨리거나 그래도 쓰러지지 않으면 은밀한 수작질로 박살을 내는 방법으로 거부를 쌓아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진초운이 땅을 이용한 사기를 치기 전에도 단백호가 보유하고 있던 땅은 이미 이백오십만냥 어치였다.
이 말은 이백오십만냥 어치의 땅과 그 땅에서 나오는 곡물로도 여지껏 다른 상인들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소리이고, 이건 결국 곡물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다 일뿐, 다른 업종이나 다른 물품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비록 단백호의 힘이 곡물시장에서 나온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마르지 않은 자금줄, 그러니까 원천이 그러하다는 뜻일 뿐, 그 즉시 운용가능한 현금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이걸 다시 진초운에게 적용시켜 보면 진초운이 땅을 사들여 시장을 지배하고 단백호를 압박하려 한다는 정보가 단백호에게 들어갔다 해도 단백호가 이를 무시해 버리고 오히려 진초운이 땅을 산 만큼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을 거라는 데 착안하여 현금으로 진유회 전체를 압박하겠다고 나섰다면 진초운은 이 계획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애초에 사혈련과의 약속대로 곡물시장을 이용해 무황성에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계획을 포기하면 사혈련과 싸워야 되고, 사혈련을 도와 무황성을 타격하면 무황성과 적이되니, 단백호의 입장에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고, 진초운의 입장에선 상당히 위험부담이 큰 계획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위험성은 진초운도 사전에 알았을 것이고, 사혈련도 단백호가 손 놓고 보고만 있겠냐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며, 단백호도 당연히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해 통박을 굴렸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진초운은 시행했고, 사혈련은 수족처럼 움직여줬으며, 이에 단백호는 바보처럼 따라갔다는 게 이해가 안가는 점이었다.
덕분에 진초운은 초반에 바람잡이로 오만냥 투자하고 끝.. 나머지는 사혈련과 단백호가 서로 진초운이 땅을 사들이고 있는거라 착각하며 싸움박질했다는 내용인데 이게 좀...

게다가 이해안되는 부분은 또 있다.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땅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진초운의 공격으로 단백호가 사태를 깨달았고, 돈 나올 구멍이 없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다시 파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왜? 땅값이 폭등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태를 사혈련도 깨닫고 같이 판매경쟁이 붙어 땅값이 폭락한 이상 애초의 계획대로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바보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단백호라면 더 팔기 쉬우면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종목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처음 폭등했떤 땅값만 생각하고 계속 폭락중인 땅을 팔아치우기 위해서 무한경쟁에 돌입한다..? 이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뭐..덕분에 진초운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는 것이지만, 좀 더 궁리할 순 없었을까 라는 아쉬움이 많이 남은 한판 승부였다는 게 내가 받은 느낌이었다..

확실히 머리싸움이랄까 한판승부가 오고가는 와중에서 얻어지는 재미는 쏠쏠했다..
허나, 위에서 말한 의문점이랄까 이해안가는 점들이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꼭 화장실 갔다가 뒤도 안닦고 나온 놈 마냥 자꾸 찝찝함이 남아 편하게 즐길 수 없었기 때문에 한번 언급해 봤다..
거꾸로 말하면 저런 점이 찝찝함으로 작용하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신통방통한 머리싸움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거란 이야기니 그다지 나쁜 점이라곤 할 수 없겠다..뭐 어쨋든 간에 재밌다는 말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금룡진천하는 이렇게 캐릭터도 개성있고, 매력적이고, 내용도 좋다.
표사와 소환전기는 별로 였지만, 잠룡과 금룡은 재밌었으니 이후 어떤 글을 또 쓸진 모르겠지만, 작가의 브랜드만으로 다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결론은 볼만하다는 거..





p.s
추가적으로 몇가지 태클 걸어둔다.
1.. '고향이 개천인 진초운과 같이 있는 여자의 이름은 의선녀라 불리는 유미미' 라는 소식은 천하를 쩌렁쩌렁 울릴 정도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못 들었을 리 만무하고, 돈 떼먹고 야반도주한 경력이 있는 만큼 소식을 들었다면 반드시 얹혀살기 위해서 찾아왔거나 적어도 모셔가라고 연락을 취해왔을 것 같은데도 그러지 않았던 건 무슨 이유에서 였을까..

2.. 왜 나는 유미미의 캐릭터에 그렇게 호감을 표시했던 것일까를 생각해 보니, 대화의 어투와 반응은 물론이거니와 워낙에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다는 설정이라서 그런거겠지만 너무나 사소한 것에 크게 감동하고, 기뻐하는 모습들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아주 된장년들과 극과 극의 비교인지라 된장녀를 혐오하는 마음이 큰 만큼 그 반대급부로 유미미의 사소한 것에 기뻐하는 마음이 몇배로 크게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되었다.

3.. 진초운의 약간은 허풍선이 끼가 가미된 착한마음, 그러면서도 받을 건 받고 줄건 주는 딱 뿌러지는 성격이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이 개념없고, 우유부단한 주제에 성격까지 더러워 악을 추종하는 년놈인데, 주인공 진초운은 이와는 정 반대되는 유형이라 도저히 이쁘게 보지 않을래야 이쁘게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4.. 특이하게도 보통 주인공이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고, 적들은 돌대가리인 탓에 주인공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해 쓸리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금룡진천하에선 반대로 단백호의 머리가 너무 좋아서 항상 앞질러 생각한 탓에 자폭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다. 흔히들 말하는 '자가당착' 이라는 말처럼 지 꾀에 지가 넘어간 케이스..
그 결과 항상 주인공이 의도치 않았던 일이나 또는 의도했지만, 주변에서 안도와줘 독박쓸 것 같았던 일을 단백호의 머리 덕분에 오히려 회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한마디로 머리가 나빠 답답한 게 아니라 머리가 너무 좋아 어긋나는 상황이 좀 신기했다는 느낌..?
아..아닌가? 무황성의 장로인 소기백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오판했었으니, 그럼 그 들의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육천익의 머리가 나쁜 거였을라나? 흠..

아무튼 이전의 표사나 소환전기 같았으면 이런 부분을 그냥 남겨두어 허술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을텐데, 이 금룡에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뒷부분에 한번 더 언급하고, 해석해 줌으로써 애초에 의도된 내용이었다는 식으로 짚어주고 있어 그렇게 한번 더 다져주는 모습이 튼실해 보이고 빈틈없어 보여 상당히 좋았었다던 것 같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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