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인은 제목 그대로 상인의 정점에 서서 게임 속의 세상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창조인' 이라는 히든 클래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이 창조인의 닉네임은 '아이템 매니아'이며, 거의 신급 능력을 발휘한다.
만드라고라를 심고, 아이템의 외형변경, 능력치 상승, 옵션 부여, 서로 다른 두 종류를 합성 및 전혀 다른 종류로 창조..등등
한마디로 운영자 캐릭터도 쌈싸먹어 버릴만큼 사기적인 능력을 자랑한다.

주인공은 이 능력을 이용하여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별로 정이 안가는 소설이다.
내용보다는 캐릭터가 그렇다는 소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캐릭터 중에서도 주인공의 개념이 마음에 안드는 건데, 문제는 그 여파가 좀 컸던 것 같다.
당최 이 놈이 마음에 안들어서 내용을 음미할 여유가 안생기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 시비거는 건 다반사요,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으면 강제 로그아웃 당할 정도로 발광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하는 것에는 별 거리낌이 없다는 것도 좀 그렇고, 뭔가를 하더라도 희한한 이유, 지 편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자기합리화를 시킨다는 것도 보기 싫었다.

가령 예를 든다면 이런 거다.
만드라고라를 자르면서 미안함을 느꼈지만, 그 녀석도 도움이 되는 곳에 사용되어 질거니 이해해 줄거라는 둥, 건초를 팔 생각으로 불을 질렀고,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했기에 미안함도 느꼈지만, 이 모든 것은 건초를 팔기 위한 것이고 (자신의)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선 꼭 (자신관 상관없는)무언가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둥..
또 초반에 금혜련을 대하던 것도 그렇다.
부모를 죽인 원수의 딸이라는 건 알겠다.. 그래서, 보기 싫다고 하면 다른 이유는 필요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유는 그게 아니다.. 속이고 접근해온 뻔뻔한 주제에 가식적인 년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리곤 자신이 남을 밟고 일어서거나 꼴리는 대로 행동하겠다고 다짐한 책임을 슬그머니 금혜련과 그 부모의 책임으로 미룬다.
그걸 보면서 느꼈다..
누가 가증스러운 지 모르겠네..젠장

딱 보면 주인공은 부모님을 일찍이 여위었다는 것을 무슨 면죄부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동정이 가다가도 나중에는 짜증이 날 정도로 거슬렸다.
주위에서 말은 못하겠고, 좋게도 안보여 인상이 찌푸려질라 치면- 이런 묘사가 있다는 자체가 주인공의 행동이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고, 작가는 그걸 감안해서 일부러 저렇게 썼다고 받아들이면 될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도가 너무 심했다 -자신은 그것까지 신경쓸 이유가 없다질 않나.. '그렇게 다른 사람 신경 안 쓸거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신경써주는 것도 바라지 말아야지.. 이 자식아'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란 말이지..

게다가 자신이 차갑게 대하면 눈치껏 자신을 놓아달라고 하지만, 딱 돌아가는 꼬라지나 주인공의 평소 행태를 보아하니 진짜 혜련이 눈치껏 멀어지고 신경끄기라도 하면 그 땐 또 누구 때문에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저렇게 당당할 수가 있냐는 둥 도대체가 양심이 없냐면서 펄쩍 뛸 확률이 거의 99.9%에 달할 놈 같았다.
그냥 '부모님을 죽게 만든 놈과 그 가족이니까 누나도 난 보기싫다. 보면 열받아 때려버릴 것 같다..그러니, 용서를 받고 싶다면 나중에 내 화가 가라앚은 다음에 다시 찾아와라. 지금은 와도 안된다. 내 화를 돋울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은 돌아가라. 그리고, 당분간은 나타나지 마라' 라고 말하면 어련히 알아서 나중에 찾아올까..  
뭔 놈의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가져다 붙이고, 무슨 사랑이 식은 남자와 매달리는 여자 식으로 이야기를 꾸며놓은 건지 원..쯧쯧

그 외에도 운영자에게 욕을 하고 벙어리가 된 경우라든가 다죽어가는 토란과의 만남이라든가 대행수나 어쌔신 켄이 으르릉거리니 속마음이야 어떻든 꼬리를 내리는 모습들을 보면 돈벌레나 기회주의자 이미지와 전혀 다를 바가 없더라..
철저히 이득을 쫓아 움직이고, 하고싶은 것과는 상관없이 물러나는 경우란 철저하게 손해가 있을 경우 뿐이다.
그 외에 기분이 좋거나 여유가 있어 마음이 넉넉해졌을 땐 손해를 감수하고 아량을 베풀거나 배려하는 경우도 가끔씩은 있지만, 그리 흔치는 않다.

한마디로 바른 개념에 따라 움직이는 착한 어린이 스타일은 아닌 것이다.
다른 놈과 비교해서 말하면 처음에 방패를 들고가서 모른 척 잡아뗐던 미래고의 3적 패밀리들이나 주인공이나 거기서 거기인 하등 다를 바 없는 똑같은 녀석들이라는 소리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3적은 일반 캐릭이고, 주인공은 초 히든 클래스에 돈다발을 안겨주는 캐릭터라는 차이가 있을 뿐, 만약 3적이 창조인이고 반대로 주인공이 3적의 입장이었다면 그 방패를 먹고 튄 건 주인공이었을 거라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개념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고 보면 제일 처음에 만났었던 그 스틸범- 이름이 뭐였더라..기억이 안나는데, 토끼 간 먹겠다고 기다렸었는데, 늦게 간 사이에 먼저 먹어버린 녀석 말이다. -을 주인공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악으로 규정지어 놓았지만, 가만 따져보면 그 놈 말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고, 그걸 무시하고 먼저 욕질한 주인공 때문에 똑같이 싸가지 없게 응수한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먼저 욕질한 주인공이나 또 욕먹었다고 약올리며 똑같이 응수한 그 녀석이나 결국 비슷한 종자였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한마디로 똑같은 놈끼리 싸우다가 나중에 힘을 키운 나쁜 놈에게 된통 당하게 된 그런 참 뭐같은 싸움이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또 그렇게만 보기엔 평상시 동료들에겐 미안하다 라는 말을 아주 달고사는 녀석이라 본바탕이 개념없는 건 또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자신의 이익에 피해가 없는 한도 내에서, 혹은 앞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경우에 한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그런 여유가 발휘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 주인공이 뭘 하든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니 다른 재밌는 요소들도 재밌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내용부터가 기억에 남질 않았다. 
눈으로는 책을 보는데, 신경은 다른 데 가있는 그런 시간만 낭비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그만큼 대충 설렁설렁 보다가 치우고, 보다 치우고 하길 몇 수십번에 거쳐 간신히 읽어 나갈만큼 주인공이 거슬리는 소설이었다.



p.s
3편을 보다보면 붉은 골렘을 퇴치하고 난 후 주점에서 아이템을 나누는 내용이 있다.
어떤 아이템을 상순과 수정이 원하지만 아이템은 한개라 서로 상대에게 양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주인공은 이 양보하는 모습이 짜증난다고 한다. 본심을 숨기고 가식적으로 구는 걸 보는 건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이걸 보고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놈은 좆나게 쳐맞은 적이 없는 놈이라는 것을..
애초에 지 꼴리는 대로 까불다가 다른사람과 트러블이 생겨서 식겁한 적이 없었으니, 왜 예의와 배려와 양보와 같은 개념이 필요한지 그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게 있음으로 해서 쓸데없는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자는 왠만해선 같은 사자와는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왜? 싸우면 어느 한쪽은 십중팔구의 확률로 죽고, 살아남은 다른 쪽도 큰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자가 싸우는 때는 반드시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때 뿐이고, 그 외에 먹이를 먹다가도 양보할 수 있을만큼 사소한 것은 그냥 양보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태클따위는 흘리며, 좋게 해결봐도 될 문제는 굳이 싸우지 않고 좋게좋게 넘어간다고 한다.
이처럼 짐승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을 이 주인공 놈은 그동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왔기에 이런 기본적인 예의나 양보나 배려가 얼마나 인간관계에 있어 윤활유 역활을 해주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저 딴 소릴 하고 저딴 행동을 이제껏 태연히 자행해왔던 것이다.

그걸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용서가 되... 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주인공 놈이 그 동안 제 꼴리는 대로 사고하고 행동했던 이유가 바로 저것 때문이었구나.. 저런 제딴엔 가식이라 취급하는 종류가 가식이 아니라는 걸 알지 못하는 무식한 놈이었기 때문이었구나' 하고 이해는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 참에 잠깐 썰을 풀어보면..
가식적이거나 위선자 가 욕을 먹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바로 '소리장도' 때문이다.
즉, '저 놈이 저렇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내 뒤통수를 깔 놈이다..' 혹은 '저 놈이 지금 저렇게 착한 척 하고 있지만, 저걸 이용해서 뒷구멍으로 뭔가를 해쳐먹든지, 아니면 이미 해쳐먹고 혐의를 자신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저렇게 착한 척 하는 것이다..'와 같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사기를 치는 등의 타인의 피해를 담보로 하고 있거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을 하는 것이고, 이게 바로 가식이 욕을 먹는 이유이다.

게다가 깡패처럼 대놓고 나쁜 짓을 하는 놈이라면 미리 경계라도 할 수 있을텐데, 사기꾼처럼 착한 척, 친한 척해서 이쪽의 경계를 풀어놓고 뒤통수를 까버리면 이쪽에서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그 놈이 한동안 친밀하게 잘 지내왔던 놈이라면 그 놈 때문에 생긴 빵꾸의 허전함, 그러니까 상실감은 마치 자신의 생활 일부가 뻥 뚫린 것처럼 엄청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가식적인 위선자가 죄질에 비해 욕을 몇 배로 더 처먹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저 내용의 수정이와 상순이가 서로 갖고는 싶지만, 서로에게 양보하는 것은 그 양보를 통해 상대방을 벗겨먹을려는 의도가 없는 순수하게 아는 누나 동생인 지인 사이에 행하는 양보 그 외에 다른 뜻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심없는 선행이라 할 수 있다.
혹시 '이번에 양보함으로써 다음 번엔 더 큰 것을 양보받으려는 속셈이다. 그런 속셈이 없다면 절대 양보할 리가 없다' 와 같은  되바라진 생각을 하는 놈은 제발 없길 바라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 세상에 모든 친구, 가족, 동료는 전부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기 위해 이루어진 관계라는 결론 밖에 안 나올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런데 그 양보를 보고 가식이라서 짜증난다니, 그렇다면 이제까지 지 녀석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답시고 행했던 것들, 미안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도 가식이었.. 아, 아니구나.. 이건 잘못된 예다.. 이 녀석이 행한 것은 원래 가식이었으니 말이다..
이 놈은 진짜 가식덩어리 였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지만, 진짜 미안해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의 친분도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루어진 관계, 즉 철저하게 자신이 짜증내 하는 그런 관계를 자신의 본심이 어떻든 간에 이익을 위해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속으로야 '뒈질놈의 영감탱이'라고 말해도 정작 지 주둥아리에서 나오는 소린 '토란님 계십니까' 다..
이 놈은 받아먹을 게 있는 상대에게는 절대 나쁜 소리 안한다..

아놔..이렇게 보니 정말 이 새끼 짜증나 죽겠네..
이걸 끝까지 읽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몇번이고 망설이게 된다..에휴




p.s
결국 포기했다..
이로써 먼 옛날 최초로 읽기를 포기했던 '더월드' 에 이어 두번째로 중도포기한 책으로 등록되게 되었다..
축하한다.. 대상인아..
4권까지 읽고 나서 느낀 소감 한마디.. "이런 덜된 놈한텐 창조인이 아니라 일반 히든 클래스도 아깝다.."
Posted by 크라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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